31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 워크숍은 본래 정권 탈환의 ‘비장한 각오’를 되새기기 위한 자리였다. 하지만 의원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개 발언’을 소재로 한 우스개와 “박근혜 전 대표의 피습 사건을 집권 전략으로 이용하자”는 식의 황당한 주장으로 분위기를 흐렸다.
강재섭 대표가 오랜만에 당 기강 다잡기에 나선 게 무색할 정도였다. 강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의원들 중에 어떻든 좀 튀어서 이미지를 올려 보겠다거나, 억울하게 신문에 오르내리는 동료를 공격하는 분들이 있다”며 “그렇게 자해 행위를 하는 건 정당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29일 의총에서 전시작전통제권 문제에 대한 당 지도부의 대응을 비판한 이명규 의원과 30일 ‘바다이야기’에 연루된 의원들을 대상으로 내부감찰을 하자고 한 홍준표 의원 등을 겨냥한 것이다. 강 대표는 이어 “정기국회는 국민을 구조하는 119국회”라고 선포한 뒤 당의 단합을 촉구했다.
하지만 토론에 나선 김학원 의원은 “김영삼 전 대통령은 초산 테러 사건을 대권을 쟁취할 때까지 계속 정치 쟁점화 했는데 박근혜 전 대표의 테러는 유아무야 돼 걱정”이라며 “대정부질문 등에서 검찰 수사의 잘못을 낱낱이 들추고, 국정조사나 특검도 검토해야 한다”는 해괴한 논리를 폈다. 또 최구식 의원은 “바다이야기 관련한 국회의 책임은 1% 뿐”이라고 주장했고, 이상배 의원은 “노 대통령이 죽을 쑤는데도 퇴진 얘기가 안 나오는, 이상한 현상이 우리나라에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홍준표 의원은 강 대표를 겨냥, “나는 원래 15년 전부터 튄 사람”이라며 “강 대표의 발언은 대표스럽지도 어른스럽지도 않다”고 맞받았다.
의원들은 또 “도둑을 맞으려니 개도 안 짖는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을 비꼬는 데 열중했다.“개가 먹을 게 너무 많아 짖는 걸 잊어 버렸느냐”(김양수 의원), “나도 열심히 짖었다”(박찬숙 의원) 등의 말꼬리 잡기였다.
그나마 박찬숙 의원은 작전권과 관련 “전기 타는 냄새가 날 땐 가만히 있다가 누전기가 차단돼서야 움직이는 당은 안 된다”고 말했고, 김양수 의원은 “당이 이슈에 끌려 다니며 정책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기에 국민들이 불안해 한다”는 자성론을 폈다.
한편 공성진 의원은 “노무현 정권은 작전권 환수를 통해 한미동맹과 북한ㆍ중국 동맹의 동시 해체를 이끌어낸 뒤 결국 연방제 통일을 하려는 것”이란 시나리오를 꺼냈다. 그는 “임기 1년 반을 남긴 지금 작전권 환수를 추진하는 것은 민족 자존심을 자극해 다시 정권을 잡으려는 책략”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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