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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커버스토리 - '아산 피나클랜드' 박건상·이상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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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커버스토리 - '아산 피나클랜드' 박건상·이상민씨

입력
2006.08.31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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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 합심 10년 땀방울 돌산을 테마공원으로

이른 아침 눈을 뜨면 새들이 지저귀는 아름다운 정원에서 바이올린 소리 은은한 집시음악을 들으며 새날을 맞는 부부가 있다. 그 시간 만큼은 왕이 부럽지 않다는 그들이다. 조금 후면 손님 맞으랴, 땅을 갈고, 풀을 뜯고, 음식을 나르는 허드렛일에 진땀을 빼야겠지만.

충남 아산시 아산방조제 인근에 새로 문을 연 테마공원 ‘피나클랜드(www.pinnacleland.net) ’의 주인인 박건상(47), 이상민(42)씨 부부 이야기다. 피나클랜드는 아산방조제에 쏟아 부은 돌을 캐느라 파헤쳐진 돌산 자락을 푸른 잔디밭과 연못, 꽃밭에 아기자기한 조형물로 꿈속의 공간을 꾸며놓은 곳이다. 장마가 한창이던 7월말 소리소문 없이 개장했다. 좋은 사진 퍼나르는 인터넷 블로그에 힘입어 이젠 제법 사람들이 찾기 시작한 아산의 새로운 명소다.

박씨 부부는 연간 100만 명이 찾는다는 관광명소, 경남 거제의 외딴섬 ‘외도해상농원’의 주인인 최호숙(71)씨의 사위이고 딸이다. 해서 사람들은 ‘외도’의 큰사위와 맏딸이 아산에 외도를 흉내낸 공원 하나 만들었다고 쉽게 단정짓고 만다. 박씨 부부의 가장 큰 고민이 이 부분이다. 가족으로 외도를 경험했기에 이런 공원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만의 개성으로 새롭게 조성한 공원이란 걸 인정 받지 못할까 걱정한다. 부부가 피나클랜드에 쏟아 부은 10년의 시간과 땀의 흔적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무역업을 하면서 처가의 외도 일을 돕던 박씨가 피나클랜드에 뛰어든 것은 장인 장모의 권유 때문이다. 또 다른 ‘외도의 기적’을 큰딸 내외가 이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러나 박씨는 내키지 않았다. 장인 장모는 폐 채석장을 ‘오지에서 천국’으로 만드는 게 의미 있지 않느냐며 부추겼고, ‘사오정’ 시대에 정년 없는 이런 직장도 없을 것이라며 꼬드겼다.

사위는 조금 귀가 솔깃해졌지만 딸인 이씨는 완강히 반대했다. 30년 이상 부모가 어떻게 외도를 가꿔왔는지를 바로 옆에서 보고 자랐는데, 눈에 보이는 그 고생을 고스란히 떠안을 마음이 없었다. 공원을 꾸민다는 게 주인이라고 멀리서 지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알기 때문이다. 인부들 보다 먼저 땅을 파야 하고, 인부들 보다 더 많이 꽃을 심어야 하는 고된 노동의 과정이란 걸 알고 있다. 이씨는 “돈이 없어도 못하지만 돈 가지고도 못하는 사업이 이 일”이라고 했다.

부모의 설득은 끈질겼고 남편도 이미 마음이 많이 넘어간 상황. “어릴 때는 부모가 ‘노가다’를 시키더니, 이젠 남편까지 ‘노가다’로 내몬다”던 이씨도 결국 고집을 꺾었다. 피나클랜드 조성의 첫 장벽은 진입로 확보 문제. ‘외도’의 돈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주변 땅값이 치솟았다. 사업이 시작부터 좌초될 위기였다. 이씨는 하늘에게 물었다. “진입로가 확보된다면 당신의 뜻이라 여기고 이곳에서 썩겠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 주민 한 분이 좋은 일 하는데 막을 수 없다며 길이 지나갈 밭 한 뙈기를 싼 가격에 넘겨줬다. “이젠 어쩔 수없이 이 길을 가야 하는구나.” 이씨도 적극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싸움의 연속이었다. 어머니 최씨도 최근 출간한 책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섬, 외도’에서 ‘섬 전체가 전쟁터다. 우리 부부는 외도의 구석구석을 함께 걸으며 싸우곤 했다. 미워서 싸운 게 아니라 일 때문에 서로의 생각이 달라 싸웠다. ‘향토예비군의 노래’ 가사처럼 일하며 싸우고 싸우며 일했다’고 적고있다.

조경이란 게 정답이 없다 보니 부부는 사사건건 부딪쳤다. 그렇게 투닥투닥 부딪는 의견들이 조절되면서 공원은 제 모습을 갖춰나갔다.

박씨 부부의 최대 고민은 외도와는 달라야 한다는 것. 유명 탤런트의 자식 중 부모 이상의 탤런트 나기 힘들 듯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마냥 따라가서는 반드시 실패할 것을 알기에 피나클랜드 만의 독특함을 찾고자 고심했다.

외도가 보는 곳이라면 이곳은 쉬는 곳으로 방향을 잡았다. ‘빛과 물, 바람’을 주제로 가족이 와서 편안히 하루를 보내고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외도 자식들이 했다는데 이 정도인가’라며 부모 욕먹게는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조형물 하나 놓는데도 고심 또 고심을 했다.

일본의 유명 미술가 신구 스스무의 작품을 삼고초려 공들여 들여와 공원의 랜드마크로 삼았다. 박씨는 바람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는 이 ‘태양의 인사’라는 작품이 공원의 품격을 위한 자존심이라고 했다.

박씨 부부는 “이제 시작이다. 부족한 게 많다. 그 빈 공간을 여러분 가족의 행복으로 채워달라”며 공원으로 초대했다.

사진 최규성 편집위원 kschoi@hk.co.kr아산=글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테마공원 '피나클랜드' 바람개비·동물농장 아기자기…

‘최정상의 땅’이란 뜻의 피나클랜드(Pinnacle Land)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그냥 몸이 가는대로 느끼면 된다.

피나클랜드로 떠나는 여행의 첫 관문은 메타세콰이어와 은행나무가 길게 줄지어 선 진입로. 아직은 키가 높이 않지만 몇 년만 더 크면 깊은 초록의 터널을 연출할 것이다. 나무 아래 늘어진 포도 넝쿨이 알알이 포도를 맺고 있다. 매표소를 지나 처음 맞는 하얀 건물이 이채롭다. 구불구불 곡선으로 이어진 2, 3 층 높이의 나지막한 건물은 식당으로 쓰인다. 건물 앞 꽃으로 둘러싸인 아담한 연못에 빙빙 돌아가는 5개의 둥그런 바람개비는 주인이 자랑하는 일본의 미술가 신구 스스무의 또 다른 작품이다.

연못을 끼고 돌아 오른쪽으로 오르면서 본격적인 정원 산책이 시작된다. 2,000평의 너른 잔디밭이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펼쳐진다. 마음껏 잔디를 밟아볼 수 있는 공간이다. 단, 잔디 보호를 위해 신발은 벗고서. 맨발에 느껴지는 잔디의 감촉이 새롭다. 잔디밭 한쪽으로 기린, 하마 등 동물 조각과 천진난만한 어린이 모습의 조각들이 졸졸 흐르는 시냇물을 따라 한데 모여있다. 방문객들의 카메라 셔터가 마구 터지는 곳이다.

잔디밭 위쪽에는 동물농장. 산양 10여 마리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방문객들은 우리 한쪽 건초 수레에 있는 풀을 산양에게 먹일 수 있다.

길을 따라 좀 더 오르면 치킨앤로즈 가든. 닭과 장미의 오묘한 조화가 돋보이는 공간이다. 은계, 금계 등 예쁜 닭들이 사는 닭장 주변을 우거진 장미 넝쿨이 장식하고 있다. 이제 막 지려고 하는 장미가 마지막 미모를 뽐내고 있다. 건너편 윈드밀가든을 지나면 공원의 랜드마크인 ‘태양의 인사’. 신구 스스무의 작품으로 거대한 은색 바람개비가 바람의 강약에 맞춰 날렵하게 움직이며 춤을 춘다. 바람개비 옆의 레인보우가든에는 빨간 꽃과 어울리는 앙증맞은 조형물과, 올라오느라 힘들었던 다리를 쉬고 목을 축일 수 있는 벤치와 자판기가 준비됐다. 태양의 인사는 이 공원의 중턱. 아직 반이 남았다.

다시 산책로를 따라 오르면 둥근 모양의 화장실 건물이다. 이 건물의 진가는 옥상에 있다. 옥상에 물을 담아 연못으로 만들었고 그 연못 가운데로 나무 산책로를 놓았다. 산책로 가에 금속 풍경 수백개가 매달려 바람에 따라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 있다. 태양의 인사가 바람을 그려내는 붓이라면 이곳의 풍경은 바람을 소리로 표현하는 악기다.

피나클랜드 정상에는 기괴한 바위산이 솟았다. 예전 채석장일 때 돌을 깎아낸 바위의 모습 그대로를 살려 꾸며놓은 테마정원 ‘진경산수’다. 바위에 이끼 옷을 입히고 물을 끌어올려 폭포를 만들었다. 바위 앞에는 작은 연못에는 팔뚝만한 물고기들이 유영하고 있다. 정원 바로 옆에 만들어진 전망대에 오르면 멀리 너른 평야와 아산방조제, 서해대교가 한 눈에 들어온다. 아산방조제에 들어간 돌이 바로 이 바위산에서 나온 것이다. 뒤돌아 보면 공원 뒤편의 다른 산자락도 눈에 들어온다. 그곳에선 아직도 돌을 캐는 소리가 메아리 치고 있다.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식당이지만 메뉴나 가격은 서민 수준. 특급호텔 주방장 출신의 조리장이 차린 음식으로 맛은 고급이다. 갈비탕, 돌솥비빔밥, 우렁된장찌개, 설렁탕 등은 6,000원. 돼지바베큐숯불구이(저녁 메뉴) 9,000원, 돈까스 6,000원, 햄버거스테이크 9,000원.

개장시간 오전10시~오후9시(평일, 주말엔 오후10시까지). 입장료 일반 5,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 오후5시 이후에는 50% 할인된다. (041)534-2580

서울에서 갈 경우 경부고속도로 안성IC에서 나와 평택, 둔포를 지나 아산만방조제앞 사거리에서 좌회전, 아산 방향으로 1km쯤 가면 오른편에서 ‘피나클랜드’ 안내 입간판이 공원으로 안내한다.

아산=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테마공원 '피나클랜드' 주변 볼거리

피나클랜드를 보러 아산만까지 갔다면 다른 곳도 함께 둘러보자.

영인면 배티고개를 넘으면 아산온천단지. 이곳에는 국내 최초 온천테마워터파크인 아산스파비스가 있다. 수치료 개념의 바데풀, 노천온천, 동굴탕, 유아풀, 이벤트탕, 가족탕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야외시설로는 실외온천풀과 야외온천수영장이 있다. 실외온천풀은 연중 무휴 운영되고, 야외온천수영장은 지금 같은 비수기에는 주말과 휴일에만 운영된다. 대욕장에 마련된 맥반석찜질방, 이슬사우나 등 20여 종의 기능탕도 한방에 근거를 두고 설계돼 건강욕을 즐기려는 관광객이 자주 찾는다. 대인 2만원, 소인 1만3,000원 (041)539-2000

아산방조제앞 사거리 인근의 공세리 성당은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손꼽히는 곳. 많은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으로 등장했다. 성당은 1895년에 세워졌고 지금의 고딕 양식 건물은 프랑스 출신의 신부가 1922년 중국인 기술자를 데려와 지은 것이다. 성당이 있던 터는 삼남(충청, 전라, 경상) 일대에서 거둔 조세를 쌓아두었던 공세 창고가 있던 자리다.

삽교호관광지에 있는 함상공원은 상륙함과 군축함을 연결해 만든 군함 테마파크. 해군과 해병의 함상 생활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상륙함 내부에는 해군과 해병대의 성장과 발전과정, 함정과 함포의 변천사 등이 주제별로 전시돼 있고 관람객이 특수 임무 전투복과 낙하산 등 군장체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구축함에서는 미로 같은 군함 내부 동선을 따라 레이더실, 함장실, 수병 내무반 등을 빠짐없이 둘러볼 수 있다. 최근에는 군대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전투식량 전문식당이 문을 열었다. 이용시간은 오전9시~오후7시. 요금은 성인 5,000원, 소인 4,000원. 함상공원관람과 전투식량체험 패키지 가격은 7,000원. (041)363-6960

이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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