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지미 웨일즈(40)였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http://en.wikipedia.org)의 창시자 웨일즈는 최근 중국어판 위키피디아 회의에서 "위키는 중국 본토에서 이용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원활한 접근을 위해 독립성을 희생시키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구글과 같은 상업성 포털들이 돈벌이에 눈이 멀어 중국 정부의 정치적 검열을 받아들인 것과 대조된다. 전 세계 네티즌들의 헌신과 열정을 먹고 자라는 위키피디아의 이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갈채와 함께 경의를 보낸다.
■ 2001년 미국에서 시작된 위키피디아는 네티즌들이 항목을 고르고 집필ㆍ편집하는 온라인 백과사전이다. 지금은 200여 개 언어로 돼 있다. 위키 때문에 브리타니카 백과사전의 시대는 종언을 고했다.
영어 위키에 오른 항목만 130만 개. 브리타니카는 고작 7만5,000 항목 정도다. 네티즌들이 너나 없이 올린다니까 내용은 엉터리일 것이다? 천만의 말씀.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위키에 들어가서 어느 항목이라도 읽어 보면 그 분야 최고의 전문가가 아니면 절대 만들 수 없는 내용이라는 걸 알 수 있다.
■ 세계적 과학전문지'네이처'가 작년에 위키와 브리타니카의 과학 관련 항목 50여 개를 골라 신뢰성을 비교한 결과 대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데이트 기능은 아예 게임이 안 된다.
작년 4월 교황 베네딕토 16세 기사를 쓰면서 위키피디아를 참고했는데 즉위식 시작 직후 그 내용이 바로 추가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오늘 다시 베네딕토 16세를 검색하면서 예상은 했지만 또 한번 놀랐다.
영어 위키 22쪽, 독일어와 프랑스어 위키 각 11쪽, 일본어 위키 3쪽, 한국어 위키 3분의 1쪽. 지식기반사회라는 21세기에 각 나라(언어권)의 지식 수준이 상징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 양적 차이보다 더 큰 것은 질의 수준이다. 영어 위키의 경우 단순 서술 외에 관련 내용 외부 링크가 아주 치밀하게 돼 있다. 클릭 한번으로 교황이 처음 발표한 회칙 전문을 라틴어 영어 등 10개 언어로 바로 볼 수 있다.
이런 수준이 가능하려면 우선 그만큼 아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또 그런 사람들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지식을 공유하려는 헌신이 있어야 한다.
한국어 위키(위키백과ㆍhttp://ko.wikipedia.org)는 이제 겨우 게재 항목이 2만2,000여 개다. 우리는 영원히 게임이 안 될 것 같은 자괴감이 든다.
이광일 논설위원 ki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