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일 발표한 비전2030에 대해 전문가들은 장기적 발전 비전을 제시했다는데 환영하지만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채 재원조달 방안 등이 불투명한 장밋빛 전망은 내년 대선에서 당리당략에 이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민간경제의 활성화 방안이 부실하다는 점에서 ‘반쪽짜리 비전’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재원조달 방안 불투명
재원 조달 방안이 불투명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비전에 따르면 2010년까지 증세가 없다고 했지만, 이는 차기 정권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고 다음 정권도 이후 정권으로 부담을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비전의 바탕이 되는 경제 잠재성장률을 과대 추정한 반면 지출은 과소 추정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거시경제팀장은 “국채를 발행하면 비용이 많이 들고 증세를 하면 합의를 도출하기 어렵고 내수경기가 위축돼 단기적으로 경기안정에 부담이 된다”며“부족재원을 국채발행으로 해결할 것인지, 증세로 충당할 지 현상황에선 속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해왕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장은“정부가 주도하는 경제는 한계가 있다”며 “경제는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뒷받침하는 방식이 되면 재정수요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부문이 빠진 반쪽자리 비전
비전2030 내용에 민간부문의 투자활성화 방안이 빠져 있는 점은 현실성을 도외시한 대표적인 부분으로 꼽힌다. 파이를 키우지 못하면 장밋빛 비전을 공염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금융업의 경우 금융과 산업자본이 분리돼 있으면 투자가 불확실해진다. 기업투자의 활성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규제 완화인데 이 부분이 비전에는 빠져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비전2030은 민간의 역할보다는 정부의 역할에 중심을 두고 있다”며 “작은 정부보다는 큰 정부를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비전 2030을 실천하기 위한 재원마련 방안으로 정부쪽에서는 재정을 늘리는 것만 강조했다”며 “경제 성장활력을 높이고 거기서 나오는 조세수입으로 재정을 충당하고, 나머지 복지수요는 민간이 담당하도록 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빠져있다”고 강조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사실 고용은 가장 좋은 복지”라며 “비전에는 기업들의 투자제고와 경제적 활력을 유도하기 위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국민적 공감대 부족
비전2030은 시간을 두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해 얻은 결과물이라기보다 정부 주도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국민적 공감대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특히 김영삼ㆍ김대중 정부도 집권 말기인 1997년과 2002년에 비슷한 류의 장밋빛 미래 계획서를 냈으나 유명무실화됐던 전례까지 있는 터여서 더욱 신뢰감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내년 대선이후 비전 내용이 일관성있게 실천되기 보다는 또 바뀔 수 있다는 것이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비전이 현 정부의 사회복지 정책에 집중돼 있는 반면 비전을 실제로 실천할 정부는 통일문제 등 다른 변수를 고려할 수 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거시경제팀장은“제도 혁신과 선제적 투자를 통해 구조적 문제들을 극복한다는데 잘 와 닿지 않는다”며 “특히 고용률이 높아지고, 비정규직 차별이 완화된다는데 현실적으로 이를 달성할 수 있을 지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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