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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연 교수 퇴임기념 산문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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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연 교수 퇴임기념 산문집 출간

입력
2006.08.3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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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진지함’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공연한 에너지 낭비’일지도 모른다고, ‘자위행위의 주인공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그것이 경박해 가는 사회, 경박해 가는 문화, 경박해 가는 독서 풍토 속에서’ 오늘날 문학 하는 자들이 처한 ‘인간조건’일지도 모른다.

‘문지 4K’로 불리는 김현 김병익 김치수와 함께 ‘문학과지성’의 창간을 주도한 김주연 숙명여대 교수(독문학)가 정년퇴임을 기념해 산문집 ‘인간을 향해 인간을 넘어’(문이당, 9,800원)를 펴냈다. ‘정년 퇴임을 핑계 삼아’ 한국문학 평론가와 독문학자의 길을 사이좋게 병립시킨 그의 40년 문학 인생을 중간 정산한 책이다.

그런데, 자부와 보람으로 오롯해야 할 그 자리에 자조와 낙담의 그림자가 너울거린다. 군더더기 없는 단정한 문장 사이로 지식인의 무력함에 절망했던, 무력할 수밖에 없는 존재조건에 좌절했던 어느 지식인의 슬픈 초상이 비친다. 지식인 죽이기가 자행되고, 문학은 욕망의 미로에 갇혔으며, 글쓰기는 끝없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40년 글쓰기의 중간 결산이 비문화와 교만이 지배하는 작금의 정치현실을 꼬집는 정치평론들로 시작하는 게 의외롭다. “웃통 벗고 문학에 대해 말하는 일 이외에도 간혹 사회와 인생에 대해, 그리고 인간과 신에 대해…두서없이 중얼거리는 일이 없지 않았다”고 저자는 밝혔지만, 기성의 이름으로 문화와 권위를 퇴출하고 돈과 욕망을 새 군주로 옹립하려는 도구적 이성의 지배가 발화욕구를 자극한 탓일 게다.

샤머니즘의 극복을 문학 비평의 출발점으로 삼은 그에게 위세가 꺾이지 않는 미신과 신비주의의 무한 발호는 아직도 절실한 화두다. 1983년 이후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살아오고 있는 그는 ‘귀신을 넘어서’라는 제목으로 엮은 2장에서 더욱 공고한 모습으로 문화 전반을 위협하고 있는 샤머니즘을 비판한다. 점술과 운세에 인간 운명을 위탁하는 샤머니즘의 부흥을 경계하며 잡신에 자신의 운명을 거는 미개 사회로의 퇴행을 막기 위해선 강한 정신력의 문화 의식이 긴요하다고 진단한다.

오늘날의 문학 현실과 글쓰기의 어려움을 토로한 3장에서는 “서평은 사람과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따뜻한 중매인”이라고 말하는 그의 비평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고(故) 김현을 비롯해 김병익 김치수 등 문지 창간멤버들과 나눈 문학적 소회, 마종기 등 주변 문인들의 이야기들도 40년간 문단을 지킨 ‘원로’의 따스함을 느끼게 한다.

출판기념회를 겸한 그의 정년퇴임 기념모임은 다음달 8일 오후 6시30분 서울 캐피탈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다. 그러나 “슬프게도 요즘 원로 대접을 받는다”는 그는 여전한 현역으로 중매쟁이 노릇을 계속할 테니 이 모임은 오붓한 출판기념회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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