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와 SBS스포츠가 프로야구 중계의 ‘보편적 접근권’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발단은 지난 29일 한화-KIA전 중계권을 가졌던 SBS 스포츠가 송진우(한화)의 프로 통산 첫 200승 대기록 달성을 외면하면서 불거졌다. 올시즌 이승엽의 요미우리 홈 경기 중계권을 따낸 SBS스포츠는 이날 한화-KIA전 대신 요미우리와 히로시마 경기를 생중계했다. 이승엽 경기가 끝난 후 카메라를 광주 구장으로 넘겼지만 이미 송진우가 등판을 마치고 내려간 후였다.
프로야구 팬들의 항의와 비난이 빗발치자 급기야 KBO는 30일 “앞으로 SBS 스포츠가 한국 프로야구를 중계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SBS 스포츠는 “우리는 프로야구 중계권을 공중파인 SBS로부터 사왔기 때문에 KBO는 계약 당사자가 아니다.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고 반발하고 있다.
KBO는 지난 연말 SBS, KBS, MBC 등 지상파 3사와 4년간 다년 계약을 했고, 지상파들은 중계권을 자회사인 SBS 스포츠, KBS SKY, MBC ESPN에 재판매했다. 당시 KBO는 지상파 3사와 계약을 하며 ‘공중파를 통해 1년에 페넌트레이스 20경기를 중계하고, 케이블 채널에 재판매할 경우 최소한 하루에 2경기 이상을 중계한다’는 조건을 삽입했다.
그러나 문제는 방송사들이 계약 조건을 어겼을 경우 이를 제재할 아무런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이상일 KBO 사무차장은 “프로야구 중계권 계약을 할 때 정해진 중계 횟수를 채우지 않을 경우 위약금을 물리려고 했지만 방송사들의 반발이 심해 계약 조건에 넣지 못했다”고 털어 놓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 SBS스포츠가 이승엽의 요미우리 홈경기 중계권을 독점 계약한 뒤 한국 프로야구를 녹화 중계하기 시작했고, 결국 야구 팬들이 송진우 200승 달성 경기를 생중계로 지켜보지 못하는 사태로 발전한 것이다.
이상일 차장은 “조만간 공문을 통해 지상파 방송 3사에 SBS 스포츠에는 한국 프로야구 중계권을 판매하지 말라고 정식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4년 계약을 통해 중계권에 관한 독점 권리를 갖고 있는 방송사들이 KBO의 요청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프로야구를 주관하는 KBO가 이 같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채 여론을 등에 업고 현실성 없는 ‘뒷북 치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도 30일 성명을 내고 KBO에 중계권 계약의 획기적인 변화를 촉구했다.
이승택 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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