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 세계를 찾아 중생들의 고난을 혜량해 오던 천수관음(千手觀音)이 지구를 돌고 돈 끝에 한국 땅에서 두 번째 인연의 싹을 틔우러 온다. 9월 3~5일 서울 장충체육관은 중국 장애인 예술단이 띄워 올리는 판타지, ‘My Dream(我的夢)’ 속으로 빠져 들어 간다.
12명의 무용수들이 일렬로 곧게 서서 두 팔로 펼치는 우아한 동작은 순차적으로 약간의 시차를 둬, 마치 3차원의 고속 촬영 레이저 영상이라도 보는 듯 하다. 이어, 무희들은 이합집산하며 또 다른 환상을 연출한다. 대표작 ‘천수관음’이 창출하는 판타지에 눈은 희롱당한다. 그들이 청각 장애 등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상식과 편견은 두 손을 들어야 한다.
1987년 창단, 9년째 세계 각지 45개국에서 고난도의 무대를 펼치며 불꽃 같은 정신력의 승리를 실증해 온 세계 유일의 장애인 무용단이다. 빼어난 연기로 이 예술단의 품격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을 듣고 있는 리더인 타이리화(邰麗華)를 보자. 일찍이 청력을 완전히 잃고 일곱 살에 장애인 학교에 입학해 기예를 수련해 오다, 동료 청각 장애인들과 ‘천수관음’을 공연하는 모습이 CCTV를 통해 알려지면서 중국의 포털 시네닷컴이 선정한 ‘가장 매력적인 중국인 19’에 오른 그는 ‘탁월한 중국 청년 예술인 10걸’ 로도 뽑혔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 주석은 “중국을 대표할만한 사랑스런 예술단”이라고 감동을 대신한 바 있다. 정상 회담 특별 공연 등을 통해 이들의 기예를 지켜 본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등 국가 원수들은 입을 모아 찬사를 쏟아냈다. 이번에는 2004년 아테네장애인올림픽 개막식에서 뜨거운 갈채를 받았던 대표작 ‘천수관음’이 첫 공연되는 것은 물론, 국내의 장애인 예술가들도 동참한다. 당시 서울과 인천에서는 이들의 첫 내한 공연이 펼쳐져 국내에 신선한 감동의 시간을 제공했다. 이번에도 무료로 펼쳐지는 이들의 공연장 입구에는 기부 모금함을 설치, 장애인 단체에 전달할 계획이다.
한편 국내의 장애인 아티스트들을 대표해 휠체어 댄서 김용우, 피아니스트 이희아, 장애인 프로그램 ‘사랑의 가족’의 리포터 김진희, 일산 홀트 장애인 합창단 등이 나와 들리지 않는 함성에 화답할 예정이다. 지난 8~9일 홍보 대사 자격으로 이 예술단을 찾은 탤런트 박은혜(‘대장금’의 연생이)는 “이들의 서울 공연을 통해 한국인들은 많은 것을 배울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연습실의 열기를 전했다. 이들의 공연은 발전하는 한중 관계의 상징이다. 루스밍(呂世明) 중국 장애인연합회 상무부이사장은 “경제 체육 등 여러 분야에서 이뤄낸 중국과 한국의 우정이 더욱 깊어지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9월 1일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이들은 2일 청계천에서 약식 공연을 간진 뒤, 3~5일 잠실운동장에서 오후 7시부터 꿈의 무대를 펼친다. 최근 3년만 해도 일본에서 5회, 싱가포르에서 3회, 대만과 홍콩에서 2회, 미국ㆍ스위스 등지에서 1회씩의 공연을 가진 이들은 도처에서 쇄도하는 공연 요청으로 인해 한국에서 재공연을 약속하기 힘든 상황이다. 마이드림 운영본부 (02)724-2288~92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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