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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도박 공화국'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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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도박 공화국' 이야기

입력
2006.08.29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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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이야기' 사건에 언론은 책임이 없는가? 언론은 제대로 보도를 해왔는가? 이게 논란이다. 오래전부터 '도박공화국'을 다룬 책을 준비하면서 이 문제에 주목해온 내가 볼 때 언론을 탓하긴 어려울 것 같다. 언론은 2004년부터 이 나라를 도박공화국으로 만들 생각이냐며 노무현 정권을 향해 많은 비판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노 정권의 도박 정책을 일관되게 질책한 이는 민주당 손봉숙 의원이었다. 손 의원은 2004년 도박산업의 연간 매출액이 16조원에 이르고 있다며 "카지노 및 각종 도박산업을 규제하기 위해 사행산업 관리감독위원회를 하루속히 설립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비슷한 시기에 '도박산업 규제 및 개선을 위한 전국네트워크'의 이진오 공동집행위원장도 "도박산업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관리위원회와 제각각인 법을 통합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 했다. 그러나 노 정권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 귀 닫은 정권의 '소통 거부'

2005년 1월 내일신문은 '대한민국은 지금 도박공화국'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국가가 공인하고 있는 경마 경륜 경정 카지노 소싸움 등 합법적 사행산업부터 스크린경마, 성인오락실, 인터넷 도박 사이트 등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도박천국이다"고 비판했다.

2005년 10월 조선일보는 '나라가 못 본 체 부추기는 전사회의 도박장화'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5대 합법 사행산업에서 로또를 제외한 경마 경륜 경정 카지노(강원랜드)의 이용자만 지난해 2,500만명에 이르렀다"며 "이 정권은 꿈이 사라진 사회에 숨막혀하는 국민들에게 도박으로 위안을 삼으라고 부추기고 있는 것일까"라고 강력 비판했다. 그러나 노 정권은 이마저 악의적 비난으로 일축했던 것 같다.

2005년 12월부터 여러 언론매체가 도박공화국의 현실에 경악을 표하면서 성인오락실의 문제를 크게 다루었고, 올 2월엔 시민단체인 경실련이 "정부가 '망국병'인 도박산업을 장려하고 있다"고 비난했지만, 노 정권은 그래도 귀를 막았다.

급기야 초록정치연대 우석훈 정책실장은 한겨레 8월4일자 칼럼에서 온 국토가 성인오락실 천국이 되고 전봇대마다 '떼인 돈 받아줍니다'라는 딱지가 나붙는 기 막힌 현실을 지적하면서 '깡패들의 공화국'이라고 개탄했다.

어찌하여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이해하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다. 사건은 '바다 이야기'가 아니다. 노 정권이 사건의 핵심이다. 이건 단순한 '정책 실패'가 아니다. 사회와의 '소통 거부'가 훨씬 더 큰 문제다.

노 정권은 역대 정권 중 가장 '서민을 위한 개혁'을 소리높여 외쳤으면서도 가장 반(反)민중적인 정책을 쓴 정권이라는 말을 듣게 됐으니, 이런 비극이 없다. 원인 규명을 제대로 해야 남은 1년 반 동안이라도 이런 비극의 재발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 원인은 코드주의

아무래도 '코드주의'에 그 원인이 있는 것 같다. 코드주의는 그 어떤 장점에도 불구하고 '코드' 밖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자폐성을 드러내기 쉽다. 비판은 코드 내부에서 나와야 하는데, 불행히도 노 정권에겐 내부 비판이 없었다.

내부 비판을 '반(反)개혁'으로 억압하는 분위기마저 있었다. 이런 일엔 지금은 장관이 된 유시민 의원이 앞장을 섰다. 유 의원은 한 개인을 넘어서 일반 지지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인물이었기에 그는 사실상 여권 정치문화의 풍토를 조성한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은 뜻으로 그랬을망정, 자신이 지금과 같은 비극을 초래한 장본인이 된 건 아닌지 성찰해보는 게 좋겠다.

노 대통령은 대연정을 제안했을 때의 심정으로 돌아가야 한다. 원래 대연정의 정신은 코드주의 타파였는데, 그게 성사되지 않았다고 해서 코드주의를 더 강화한 건 자기 모순이다. 지금 노 정권에게 필요한 약은 소통이다.

강준만 전북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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