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에서 온 나라를 벌집 쑤셔놓듯 하고 있는 '바다이야기' 만큼이나 폭발적 관심을 끌고 있는 또 다른 '사건'이 있다. 장르가 영 다르지만 노현정 KBS 아나운서의 결혼이 그것이다. 연예스타 이상의 인기인이었던 만큼 그의 결혼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그렇다고 치자.
문제는 관심의 양상이다. 그의 결혼에 관한 뉴스마다 수천, 수백 개씩 달리는 댓글 대부분은 옮기기도 민망한 악담 수준이다. 처음부터 그럴 줄 알아봤다는 둥, 얼마나 갈지 두고 보겠다는 따위의 막말에 심지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사생활 영역의 악소문까지 무차별 유포됐다.
▦ 이 달 초 미스코리아대회에서 진으로 당선된 이하늬양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서울대생이란 학력에, 고위 관료와 명문대교수의 딸이자 여당 실력자의 조카라는 집안배경이 화가 됐다.
애당초 미스코리아 감이 아니라는 등 외모에 대한 극단적 폄하에, 심사과정에 대한 난데없는 의혹까지 번져 나갔다. "성장하면서 부모 덕을 크게 보지 않았다"는 인터뷰 기사가 나갔을 때는 조롱하고 비틀어대는 글들이 또 봇물을 이뤘다. 보다 못한 주변인이 그의 괜찮은 인간성을 소개하는 글을 올렸지만 심사 뒤틀린 대중의 반응은 막무가내였다.
▦ 두 사람이 이렇게 난도질을 당할 만큼 잘못한 게 무엇일까. 도대체 이 말도 안 되는 공공의 증오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욕하는 많은 사람들은 이들이 그만한 관심대상으로 떠오를 때까지 필시 기울였을 남다른 노력이나 자기 관리, 절제 등에는 주목하지 않는다. 단지 타고난 외형적 조건에 무작정 불쾌감을 드러낼 뿐이다.
물론 술자리 등 사석에서라면 누구든 이들을 화제에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사사로운 치기가 인터넷이라는 공공의 공간을 통해 거의 공론 수준으로 확산, 증폭되는 현상은 전혀 다른 차원의 얘기인 것이다.
▦ 다른 뜻이 아니라, 이런 식의 무분별한 증오감 표출이 우리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섬뜩한 것이다. 합리적 판단과 논리 이전에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진 이, 나와 다른 이에 대한 무조건적 적의와 가학적 공격성은 우리 사회 모든 현안의 기저에 깔려 있다.
결여된 자신감의 반영인 이런 현상은 이념, 학력, 경제력 등 온갖 세분화한 갈등을 은연중 조장하고 이용해온 정치권의 행태와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이런 풍토 속에서 요 몇 년간 우리 사회가 얼마나 자신감을 잃고 초라해져 있는지 한 번 둘러볼 일이다.
이준희 논설위원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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