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 1,300~1,330선에서 박스권을 형성하며 지루한 횡보를 거듭해온 국내 증시가 9월에는 상승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증권가에서는 7~8월 상승세를 이어온 증시가 3분기 실적 전망이 가능해지는 9월 중순을 기점으로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주택경기 하강에 따른 미국 경기의 침체 등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데다, 아직까지는 주가를 견인할 뚜렷한 상승 모멘텀이 없는 까닭에 9월 장세를 마냥 낙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뚜렷한 호재 없는 것이 부담
증시 전문가들은 9월 주식시장이 상승 기조는 유지하겠지만, 지난해 하반기와 같은 큰 상승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9월 20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 인상을 중단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그나마 기대해볼 수 있는 호재지만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고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또 간접투자의 증가로 수급여건이 개선돼 급락 가능성은 낮지만, 그렇다고 증시의 추가 상승을 이끌어낼 마땅한 호재도 없는 까닭이다. 지난 2개월간의 상승에서 큰 힘이 됐던 프로그램 매매도 1조5,000억원 선까지 늘어난 매수차익잔고가 이제는 매물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주부터 잇따라 발표될 7월 산업동향, 8월 수출입 동향, 2분기 국민소득 등 각종 국내ㆍ외 경기지표를 통해 나타날 경기 둔화 조짐도 부담이다. 특히 미국의 주택경기지표 둔화는 미국 경기가 연착륙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와 높은 상관관계를 갖고 있어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 실적에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9월부터 시작되는 미국의 허리케인 시즌도 무시할 수 없는 돌발변수다. 미국 중앙기상대는 최근 올해 미국에 상륙할 허리케인의 피해가 예년에 비해 높은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카트리나처럼 허리케인이 정유시설에 피해를 입혀 유가 급등이 초래될 경우 금리인상이 불가피해져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기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3분기 실적 확인이 중요
외국인의 '셀(Sell) 코리아'가 계속되고 거래량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는데도 7~8월 증시가 올해 상반기의 하락폭을 상당 부분 만회할 수 있었던 것은 2분기를 고비로 기업들의 실적이 바닥을 확인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특히 이 기간 동안 상승폭이 컸던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정보통신(IT) 업종과 조선, 통신서비스 업종 등은 하반기 실적 호전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된 상태다.
그러나 국내 상장기업들이 하반기 실적 전망을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어, 3분기 기업 실적 전망이 가능해지는 9월 중순 이후의 프리어닝 시즌에 기업들의 실적이 시장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할 경우 주가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교보증권 박영태 리서치센터장은 "실물경기의 둔화추세가 4분기쯤 가야 바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증시의 기조적인 상승추세는 이어지겠지만 9월 중에 뚜렷한 상승 움직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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