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노동위원회가 사실상 '고용세습'으로 연결될 수 있는 노조의 요구도 노사 교섭대상이라는 중재결정을 내려 심대한 사회적 논란과 갈등을 낳고 있다.
중노위는 노조의 '구조조정에 의한 조기퇴직 시 자녀 우선고용 고려' 조항 명문화 요구 등을 거부한 ㈜SK의 중재신청에 대해 지난 주말 "노사 양측은 고용안정위를 설치해 근로자 자녀 입사 편의제공 관련사항과 고용안정 등을 논의하라"고 결정했다.
중재안은 특정 기업에 대해 논의 의무만 부과했을 뿐인데, 왜 고용세습을 제도화ㆍ일반화한 것처럼 과장하고 호들갑을 떠느냐는 반론도 있을 법 하다. 하지만 준사법권을 가진 중노위의 중재 재정(裁定)은 단체협약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데다 사안의 인화성과 파급력이 워낙 커 가볍게 넘길 일이 결코 아니다.
SK 등의 전례를 따라 다른 대형 사업장에서도 유사한 요구가 봇물을 이룰 것은 불 보듯 뻔하고, 이를 담보로 사측의 다른 양보를 얻어내려는 공세까지 가세하면 노사대립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채용관행의 왜곡, 노사교섭의 파행 등을 우려하는 재계의 목소리와 함께 이른바 헌법적 기본권인 '평등권'의 차원에서도 재고할 여지가 많다.
고용세습의 매력을 가진 곳이 주로 대기업이고 보면, '괜찮은 일자리'의 대물림과 일반 구직자의 취업기회 제한에 따른 사회적 양극화의 비용은 측정하기조차 힘든다. 공무원시험 등에서 국가유공자 자녀에 대한 가산점을 축소하는 추세에 비춰 봐도 납득하기 어렵다.
민노총 등 진보적 노동계까지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평등권 차원에서 문제 소지가 있는 만큼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할 정도니 중노위는 사려깊지 못한 중재결정의 전후를 되돌아보는 것이 마땅하다.
나름대로 고심을 거듭했겠지만 효과와 파장에 대한 판단이 안일했다는 비판을 피할 길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 노조 위주의 과격투쟁과 과잉요구가 노사문화 선진화와 기업경쟁력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에서도 중노위는 이번 결정의 의미와 한계를 명확히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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