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감사원은 ‘건설교통부가 객관적 근거 없이 추진한 한탄강댐 사업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건교부가 댐 건설을 합리화하기 위해 홍수조절효과를 부풀리고, 댐 건설의 대안인 제방 설치비는 3배 가까이나 높게 산정하는 등 수치를 조작했고, 경제성 평가도 엉터리로 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탄강댐은 파산선고를 받았다. 그런데 정부는 기어이 한탄강댐 건설을 강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탄강댐 홍수조절효과가 건교부 추정치보다 높다는 ‘임진강유역 홍수대책 특별위원회’의 보고를 근거로 삼았다. 환경단체와 지역주민이 추천하는 전문가는 배제한 채 댐건설론자들로만 구성된 특위의 결과를 믿으라는 말이다.
임진강 유역의 한탄강댐은 지난 1995년 다목적댐으로 추진되었다. 그 후 용수 수요가 없다는 것이 지적되었고, 96년 98년 99년 큰 홍수가 거듭되자 느닷없이 홍수조절댐의 명목으로 되살아난 사업이다. 하지만 임진강 유역 홍수 피해의 78%는 임진강 중상류 지역에서 발생했고, 원인은 산사태, 계곡의 급류, 배수시설 고장, 제방 붕괴 등이었다. 근본적으로는 산지의 훼손, 무분별한 관광지 개발과 부실한 시설 관리가 원인이다.
그나마 한탄강댐을 건설하면 효과를 보게 된다는 임진강 하류 문산읍도 임진강 수위가 올라가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문산읍의 잦은 홍수 피해는 임진강보다 낮은 저지대에 도시를 건설한데다 지류인 동문천 다리를 낮게 만든 것이 원인이다. 게다가 저지대 도시 내부의 물을 퍼내는 배수펌프시설들이 고장나는 등 인재까지 겹쳐 발생한 것이다.
임진강 하류의 홍수 방지는 댐 건설로 해결될 수 없다. 강 하류에 천변 저류지를 조성하고 저지대 도심의 배수시설을 근본적으로 재정비, 보강하면서 제방의 개보수를 통해 홍수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임진강 하류의 홍수 조절에는 여러 가지 대안이 있겠지만, 댐 건설은 한탄강 유역의 다양한 생물자원과 국내 유일의 현무암 협곡을 이룬 절경을 사라지게 한다. 지역주민들이 자랑하는 현무암의 주상절리와 재인폭포 등 천연 관광자원도 댐과 함께 수몰된다.
댐은 하천의 연속성을 끊고 흐르던 물을 정체시켜 생태계를 교란하고 특히 토종 생물들의 서식을 어렵게 한다. 또 한탄강댐 예정지역에는 다락대사격장이 있어 사격 훈련과정에 발생한 탄피와 중금속으로 오염된 사격장터가 고스란히 잠기게 되어 심각한 수질오염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한탄강댐은 생태계의 교란 뿐만 아니라 300여 세대가 살아온 정든 고향을 수몰지역으로 만들어 지역의 공동체도 파괴한다.
댐 건설과 제방 쌓기 위주의 홍수대책은 토건세력의 배만 불리는 구시대적 대책이다. 물길을 가로막는 막개발 방지, 천변 저류지 조성, 상습적인 침수지역 도시 건설 억제와 배수시설 확충, 유역별 홍수관리, 홍수량 총량제 도입 등 지역의 특성과 유역에 맞는 다양한 치수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치수방재와 물관리에 대한 국가정책에서, 환경과 경제를 살리는 다양한 대안과 상상력은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다. 토건공화국의 관성과 건설마피아가 댐을 부추긴다. 우리의 가장 큰 자산이며 미래 부가가치의 원천이 될 생물자원과, 평화로운 지역공동체를 희생시키는 댐 건설은 백지화되어야 한다.
김혜정ㆍ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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