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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역사의 주인공은 민중… 그것을 위해 아리랑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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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역사의 주인공은 민중… 그것을 위해 아리랑 썼다"

입력
2006.08.2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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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몇이 되더라도 그 상황이 되면 총 들고 싸우겠다는 결의로 이 소설을 썼습니다.”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터져나왔다. 민족이 해체의 대상이 된 시대, 반(反)세련의 지표로 주저앉은 이 시대, 젊은이들이 강당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곳에서 터져나온 자발적인 박수였다.

‘태백산맥’과 ‘아리랑’의 작가 조정래(63)씨가 24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중학동 한국일보사 대강당에서 ‘문학과 역사의 만남’을 주제로 독자 초청 강연회를 가졌다. 다음달 3일까지 한국일보 갤러리에서 열리는 기획전시 ‘징게 맹갱 외에밋들-조정래의 아리랑과 식민지 조선인의 삶’의 부대행사로 마련된 강연회에서 작가는 ‘아리랑’집필 동기, 취재여행을 다니며 느낀 소회 등을 곁들이며 1시간 넘게 민족을 향한 뜨거운 열정을 토해냈다.

1990년 ‘태백산맥’이 완간되자마자 한국일보에 연재를 시작한 ‘아리랑’은 만주, 사할린, 하와이 등 지구 세 바퀴 반에 해당하는 거리를 돌며 한민족의 흔적을 찾아다닌 작가의 취재 열정이 낳은 산물이다. “소설은 상상력의 소산이라고 하지만, 상상력은 사실이라는 토대 위에서 만들어지는 겁니다. 현장의 지형지물을 보면 촬영기가 돌아가듯 소설이 절로 머리 속에서 엮어져 나와요.” 그는 “추가 취재를 위해 연재 중간에 다시 짐을 꾸리길 수차례 반복하며 우리 민족의 혹독했던 역사를 직접 쓰다듬은 절대적 실감의 체험이 ‘아리랑’의 근본 질료가 됐다”고 말했다.

태백산맥 집필 중 구상된 ‘아리랑’은 “분단의 뿌리는 이미 일제시대에 배태됐다는 것과 남북한 정권 모두 통치 편의를 위해 역사를 왜곡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씌어졌다. “분단은 우리 민족이 공유해야 하는 식민지 역사도 반쪽짜리 애꾸로 만들었어요. 북은 민족주의 계열의 투쟁을 역사에서 지웠고, 남은 사회주의 계열의 투쟁을 역사에서 소거했습니다. 그것을 문학으로 기록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역사학자들이 하면 중앙정보부에 끌려가니 내가 해야겠다, 그래서 ‘태백산맥’과 ‘아리랑’을 쓴 겁니다.”

그는 “긴 시간 동안 수없이 섞이며 살아온 부족국가 형태의 유럽과 달리 우리처럼 긴 역사를 같은 언어와 풍습을 갖고 산 집단공동체에는 민족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통일 전까지 민족주의는 계속돼야 하며, 그것은 열강에 둘러싸인 한반도의 숙명이라고도 했다. 철 지난 유행가처럼 여겨지는 민족주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면 진정성으로 충만하게 들린다. “우리는 단일민족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단호한 합리성, “다른 인종을 배척하는 단일민족의 허구를 깨고 다양한 사람들이 민족을 이루는 미국 같은 형태로 가야 한다”고 제안하는 미래지향성이 그를 얼치기 보수주의자들과 구분짓는 근거일 것이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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