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이 다시 민주세력 자성론을 제기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정권을 창출하고, 재집권한 민주개혁세력이 민주주의 진전을 이뤄냈을지 모르겠으나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에서는 무능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대로 가면 역사의 조롱거리가 될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IMF 위기’ 이후 경제활력을 회복하지 못한 것이 다름아닌 김대중ㆍ노무현 두 정부에서 권력을 장악한 민주세력의 무능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두 정권의 공과에 대한 시각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현실적으로 경제활력의 저하가 뚜렷한 만큼 많은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그는 10일에도 비슷한 말을 했다. 과거 경력을 훈장처럼 달고 다녀서는 안 되며, 경제활력 회복 방안을 찾지 못하면 무능한 민주세력이란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련의 발언은 그가 최근 강조하는 실용주의와 겹치고, 여당 지도자인 그에게 정치적 계산이 없다고도 보기 어렵다. 그러나 그런 점을 고려해도 그의 발언에서 느껴지는 신선함은 여전하다. 국민의 기억에 남은 그의 선명한 이미지 때문이다.
그는 한 시대의 양심을 상징했던 대표적 재야 지도자였고, 비슷한 세대의 재야 지도자 가운데 가장 늦게 정계에 뛰어든 후에도 상대적으로 순수성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의 말대로 민주화 운동 경력이 훈장처럼 여겨지거나 도덕성의 기준이 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지만, 굳이 그런 잣대를 들이댄다면 가장 평점이 높을 정치인이다. 그런 그가 던진 자성론이니 의미가 각별할 수밖에 없다.
과거 반독재 투쟁에 앞장서서 국민을 이끌고, 민주화를 앞당긴 민주화 운동 세력의 공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렇지만 자신들 스스로 내세울 것은 아니다. 더욱이 편가르기나 무능을 가리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은 과거의 도덕성이 아니라 현재의 정책능력으로 승부하는 시대다. 따라서 현재 권력 주변의 사람들이라면 누구보다도 깊이 김 의장의 말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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