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인, 마당극 연출가, 판소리꾼 등으로 각인돼 온 임진택(56)씨의 막바지 여름은 삼복 더위가 무색하다. 처음으로 맡은 영화배우 역할 때문이다.
"지난 5월 전남 장흥 야외세트장에서 소리꾼 유봉의 40대 모습을 연기해 1차 촬영은 마쳤죠." 원작자인 소설가 이청준씨의 선학동 생가 바로 옆에서 가졌던 촬영에서 돌아와 한숨 돌리고 있는 임씨다. 그러나 29일부터 9월4일까지 남양주 종합촬영장의 세트장에서 다시 작업해야 한다.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에서 주연 유봉 역을 바로 그가 맡았다.
" '서편제'에서는 김명곤 문화부장관이 맡았던 역이지만, 비교할 생각은 마세요. 전혀 다른 또 하나의 작품이니까요." 눈 멀게 한 딸(오정해 역)을 낫게 하려 모진 고생을 하고, 6ㆍ25 와중에 얻은 의붓자식 둘에게 소리와 북을 각각 가르친다. 그가 이번 영화를 " '서편제'의 속편이 아니라 확장편"이라 하는 이유다.
전편에서 떠돌이 난봉꾼이었던 유봉이 그를 만나 비가비(양반 출신 광대)로 바뀌는 점도 획을 긋게 한다. "두 영화를 비교해서 보면 더 재미 있을 거예요."
여기에다 지금 그는 축제 마당의 꼭두쇠로도 눈코 뜰 새 없다. 올해로 두번째가 되는 '가야세계문화축전'의 집행위원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김해시민 공청회를 거쳐 자신이 조직하고 만든 행사다. 9월22일~10월3일 열리는 이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야외극 '제4의 제국'의 총감독이다. "사상 최대의 마당극이라 해도 좋아요."
소설가 최인호씨 원작에, 이윤택씨 극본ㆍ연출로 가야 500년 역사의 발상지인 김해의 숨겨진 역사를 와이어리스 마이크 등 21세기 무대어법으로 되살린다는 계획이다. "가야금 등 가야의 문화적 업적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야 합니다." 그와 가야와 개인적 연분은 전혀 없다. "동료 예술가들이 그랬듯, 역사에 파묻힌 시간을 예술ㆍ축제ㆍ문화의 힘으로 살려 보이자는 거죠."
와중에 1999년 자신의 창작 판소리 이후 중단했던 소리를 7년만에 다시 하게 됐다. '천년학' 출연 때문이다. "창작 판소리를 제대로 이어받을 수 있는 후예를 기다리는 마음은 한결 같아요."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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