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실거래가가 공개된 24일 건설교통부와 한국토지공사 홈페이지는 폭주하는 접속량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다운됐다. 이번 실거래가 공개에 대해 국민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실거래가 공개는 그 동안의 부동산 거래 관행을 바꿀 수도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한동안 두 기관의 홈페이지는 몸살을 앓을 전망이다. 이번 공개는 매도자에 의한 호가 위주의 가격 상승으로 빚어졌던 서울 강남권 및 목동, 분당 등 버블세븐지역의 거품을 어느 정도 해소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가격산정 어떻게?
건교부는 실거래가 발표를 위해 500가구 이상의 중대형 단지 4,324곳 중 분기별로 10건 이상 거래된 2,896개 단지를 선정해 가격을 산정했다. 소규모 단지나 거래건수가 적은 곳 등은 객관적인 실거래가 산정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제외됐다.
상품의 특이성이 크고 거래량이 적은 토지나 단독주택, 기준가액보다 상당히 낮은 거래 가격이 가격산정 대상에서 제외된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다.
실거래가는 평당 평균가격을 기초로 산정됐기 때문에 소비자가 개별 아파트 가격을 알기 위해서는 평당 가격에 평수를 곱해야 한다. 아파트의 위치, 층수, 조망에 따른 가격 차이는 이번에 반영되지 않았다. 같은 아파트내 동, 호별 실거래가는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앞으로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부동산거래 관행 변화 불가피
가장 큰 관심은 역시 시세와 실거래가의 차이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소비자들이 주택 구매시 가장 크게 참고했던 시세가 실제 거래가격과 얼마나 큰 괴리를 갖고 있었느냐는 부분이다.
전반적으로는 시세가 실거래가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31평형의 경우 부동산정보제공업체들의 시세는 9억489만~9억985만원으로 6월 실거래가인 8억9,931만원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서울 양천구 목동 목동신시가지5차 아파트 27평형이나 경기 과천시 원문동 주공2차아파트 16평형처럼 시세가 실거래가보다 평당 200만원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된 아파트도 눈에 띄었다.
경기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샘마을임광아파트 43평형은 6월 실거래가가 5억9,985만원으로 한 부동산정보제공업체가 제시한 시세 7억4,992만원과 무려 1억5,000만원의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실거래가를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앞으로 부동산거래 관행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지금까지 부동산중개업소의 자료를 근거로 제공된 시세는 대부분 매도자가 원하는 가격인 ‘호가’ 위주였기 때문에 가격이 며칠만에 수천만~수억원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매수자가 사전에 정확한 거래 정보를 보유하게 됐기 때문에 매수자와 매도자간의 대등한 가격 협상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실거래가 공개로 인해 왜곡현상이 줄어들어 부동산 시장이 더욱 투명해질 것”이라며 “이는 부동산 가격 안정화에도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3ㆍ30대책 약발 보이나
건교부는 “실거래가의 하락폭이 시세의 하락폭을 상회하는 등 아파트 가격 하락기의 특징을 뚜렷이 감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건교부에 따르면 가격 상승기에는 실거래가가 시세보다 높게 형성되지만, 하향 안정기에는 저가 매물 위주로 거래되면서 실거래가가 시세보다 낮게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실제 이번 조사에 따르면 중개업소 등의 시세는 소폭 하락하거나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실거래가는 3월에 정점을 이룬 뒤 4월부터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이는 재건축 개발부담금과 고가주택 대출시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 등의 조치로 재건축과 6억원 초과 고가주택 시장의 매수세가 크게 꺾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강남3구와 신도시의 하락폭이 서울 강북지역과 지방 광역시의 하락폭보다 크다는 점이나 강남3구와 신도시의 경우 40평형 초과 아파트의 하락폭이 크다는 점은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하는 표본들이다. 실제 3월 대비 6월의 40평형 초과 아파트 하락폭은 강남3구가 마이너스 22.4%에 달했고, 신도시도 마이너스 8.4%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강남지역의 경우 최근 들어 나오고 있는 급매물의 가격이 포함돼 있을 수 있어 가격 추이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실거래가 신고 과정에서 저가ㆍ허위 가격 신고 가능성 등도 감안해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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