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핵문제 해결을 위한 서방측 일괄협상안에 대해 수정제안 형태의 공세적 답변을 내놓은 이후 미국이 다시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
미국은 우라늄 농축활동의 동결을 포함하지 않은 이란의 답변이 미흡하다고 보고 있으나 그렇다고 제재를 추진할 경우 어렵사리 유지돼 오던 중국, 러시아와의 공조가 깨져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곤잘로 갈레고스 미 국무부 대변인 대리는 23일“모든 우라늄 농축활동에 대한 전면적이고 검증가능한 동결을 요구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못 미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과 함께 다음 단계 조치에 대해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외교적 협력을 이룰 수 있는 길을 계속 찾을 것”이라며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러시아 외무부의 미하일 카미닌 대변인은 “안보리가 제시한 31일 이전의 제재 논의는 시기상조”라며 “러시아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역할 유지를 포함한 정치적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와 함께 에너지 분야 등에서 이란에 깊은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중국도 “무력 사용이나 위협적인 제재보다는 평화적인 해결방안을 추구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란에 대해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프랑스도 중국, 러시아와 충돌하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미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제재 결의안을 추진한다 해도 여행 제한이나 핵 관련기술 이전금지 등 초보적인 것 이외에는 합의를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란 석유산업에 상당한 투자를 진행시켜 온 중국과 러시아가 석유금수나 이란 에너지산업에 대한 투자금지 등 실효성있는 제재에 찬성할 것으로 보는 이는 거의 없다. 또 이란이 이스라엘_헤즈볼라 사태를 통해 헤즈볼라에 대한 영향력을 과시한 반면 안보리 비상임이사국들은 미국의 친이스라엘 정책에 분노하고 있다는 점도 미국의 앞길을 더욱 험난하게 만들고 있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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