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도 안 하겠다. 기자들과는 아무 말도 안 한다.”
열린우리당 정동채 의원은 23일 밤 서울 서초동 자택을 방문한 기자와 마주치자 흠칫 놀라며 당혹스러워 했다. 이후 곧바로 문을 걸어 잠그는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반바지에 러닝셔츠 차림의 정 의원에겐 늘 얼굴에 배어있던 은근한 미소가 보이지 않았다. 피곤하고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정 의원은 위기에 몰려있다. ‘바다이야기’파문을 두고 정책추진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당 노웅래 의원은 24일 CBS시사자키‘오늘과 내일’에 출연, “정 의원이 개인 자격으로 분명한 해명과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했고 “비대위원을 그만 둬야 한다”,“사과를 하더라도 타이밍이라는 게 있다”는 식의 당내 압박이 높아지고 있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홈페이지에서 정 의원의 구속수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그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23일엔 아예 국회에 나오지 않은데 이어 이날은 오전에 잠시 의원회관에 들렀을 뿐이다. 전화도 받지 않았다. 정 의원의 측근은 “하루에 전화가 30통 이상씩 와서 휴대폰을 던져버리고 싶을 만큼 언론에 시달리고 있다”며 “지금 상태에서는 말 한마디가 조심스럽다”고 토로했다.
정 의원측은 당분간 검찰수사와 감사원 감사를 지켜보면서 언론의 접촉요구에 일절 응하지 않을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책적 문제는 감사원이 감사를 하고 있고, 상품권 업체에 대해선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데 먼저 나서 왈가왈부 할 게 없다”는 분위기이다. 당 일각의 당직사퇴 압박에 대해서도 굳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 측근은 “사과를 한다면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라는 측면을 감안해 현 장관이 하는 게 맞다”며 “지금처럼 마녀사냥 식으로 가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의원이 마냥 침묵을 지킬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여론의 흐름이나 당국의 조사결과가 공정치 못하다는 판단이 설 경우 이런 저런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 경우 그가 최고 정책 책임자였다는 점에서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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