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기자실. 검찰이 고개를 숙였다. "부끄럽고 죄송할 따름"이라고 했다. 전ㆍ현직 검사가 법조브로커 김홍수씨한테서 금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 데 대한 사과였다.
검사들의 비리가 근절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몇 번이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 때마다 카메라 셔터 소리가 요란했다. 국민들의 눈에 진정 뉘우치는 모습으로 비치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자리에 검찰총장은 없었다. 감찰부장이 대신 카메라 앞에 서 있었다. 16일 사법부를 대표해 이용훈 대법원장이 12명의 대법관들을 대동한 채 직접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인 것과는 사뭇 달랐다.
검찰총장의 별도의 말씀이 없었는지 기자가 물었다. 감찰부장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7일 검찰 간부회의에서 '참담한 심정'을 밝혔었다"고 답했다.
검찰은 이날 법조비리 근절방안을 함께 내놓았다. 법조브로커들의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하겠다는 참신한 방안도 들어있었다. 그러나 법조브로커가 대략 몇 명 정도인지, 지금까지 축적된 자료는 있는지, 브로커의 기준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엔 "이제부터 해봐야 안다"는 대답 뿐이었다. 당초 비리 검사를 파면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빠진 데 대해 "검사의 독립된 신분을 보장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루 전날 검찰은 이미 구속된 조관행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제외하고 4명의 전직 판ㆍ검사, 경찰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사실상 김씨 사건을 마무리했다. 최근 세간의 이목이 김씨 사건을 떠나 '바다이야기' 사건으로 옮아가다 보니 "바다가 홍수를 덮었다"는 자조 섞인 말이 검찰 내부에서 들린다.
검찰의 자정 의지마저 '바다'에 휩쓸려가지 않을 걸로 믿고 싶다.
김지성 사회부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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