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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커버스토리 - 아듀! 여름, 담양 금성산성 "가을의 길목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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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커버스토리 - 아듀! 여름, 담양 금성산성 "가을의 길목에 서다"

입력
2006.08.2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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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칠 줄 모르던 폭염도 한풀 꺾이고, 쉴 곳을 찾아 몰려다니던 피서객들의 폭주도 멈춰진 지금. 여행다운 여행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늦여름에 떠나는 호젓한 여행의 즐거움을 이해한다면 당신은 ‘떠남’의 참맛을 아는 여행꾼. 삼복더위를 집에서, 사무실에서 꾹꾹 눌러 참아가며 지금을 기다려왔다면 말이다. 긴 장마를 몰아내고 들이닥쳤던 열대야가 불현듯 사라져버렸고 아침 저녁에 부는 바람에는 푸른 가을의 서늘함이 서려있다. 저물어가는 여름이 무겁게 던지는 한낮의 따가운 볕이 오히려 반가워지는 때다.

초록의 잔치를 좇아 늦여름의 여행을 떠난 곳은 전남 담양의 금성산성. 담양군 금성면과 순창군 팔덕면이 만나는 금성산(603m) 자락에 올라 앉은 성곽이다.

담양 읍내에서 밤을 보내고 어둑한 신새벽 일찌감치 길을 나섰다. 돌무더기 성벽에 쏟아질 새아침 첫 빛을 눈에 담으려는 욕심에서다. 산성 입구 주차장에 차를 대고 산을 오른다. 머리를 덮은 초록의 터널은 일찍 일어난 새들의 지저귐으로 부산스럽다. 아무도 만나지 않은 산길을 30여분 저벅저벅 올랐다. 마침내 숲을 빠져나오는가 싶더니 하늘이 열리면서 산성의 외남문이 바로 눈앞이다.

금성산성은 연대봉과 시루봉, 철마봉 등 산봉우리를 잇는 능선을 따라 만들어진 성곽. 내성과 외성 2중으로 돼있다. 외성의 둘레는 6.5km. 내성까지 합치면 성의 길이는 7.3km에 달한다. 주위에 높은 산이 없어 성 안쪽을 전혀 관찰할 수 없는 천혜의 요새다. 성 안은 마을과 관아, 절이 있었을 만큼 넓어 장성의 입암산성, 무주의 적상산성과 더불어 호남의 3대 산성으로 불린다.

성은 삼한시대 때 처음 세워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려 때는 항몽의 격전지, 임진왜란 때는 의병의 거점이었고 구한말 동학군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정유재란 때 의병과 왜병 사이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후 지금의 ‘보국문(輔國門)’ 현판을 건 외남문의 오른편 깊은 골짜기로 전사자를 치우고 보니 시신이 2,000여 구에 달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골짜기를 지금껏 ‘이천골(二千骨)’이라 부른다고.

외남문을 지나 조금 더 오르면 ‘충용문(忠勇門)’ 현판이 달린 내남문. 금성산성 최고의 전망대다. 일찍 올라 아무도 없는 산성 망루에 걸터앉아 웃통을 벗어 던지니 시원한 산바람이 땀을 홅어간다.

소의 혀처럼 길쭉하게 비어져 나온 외남문쪽 성곽 너머로 담양호가 다소곳이 들어앉았다. 호수 뒤편에는 여러 겹의 산자락이 포개졌다. 높고 맑은 푸른 하늘 아래 산성의 성곽이 물결치고, 호수의 테두리 고운 선이 물결치고, 무희의 12폭 치마주름 같은 산능선이 한데 물결친다. 건너편 무등산과 추월산이 훤칠한 자태를 드러내고 발아래 펼쳐진 담양들판은 풍요로운 초록의 빛으로 출렁인다. 담양 읍내로 길게 뻗은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까지 눈맛을 더하는데. 마냥 앉아있어도 눈곱 만큼도 지루하지 않을 풍경이다.

담양=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담양 3림 '메타세콰이어·관방제림·대숲'

대나무의 고장 전남 담양은 사철 초록의 세상이다. 금성산성에서 담양의 여유로운 풍취를 한눈에 담았으면 이젠 내려와 초록의 세상에 파묻혀 보자. 담양의 초록은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 관방제림, 대나무숲 이렇게 세가지 다른 모양으로 대표된다.

▲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

담양읍에서 순창으로 가는 24번 국도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가로수길. 단정하게 쪼개놓은 수박처럼, 길쭉한 초록의 세모들이 겹쳐져 끝없이 늘어섰다. 전국에서 가장 긴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이다.

초록 터널에 갇힌 도로에 들어서면 한낮에도 어둑하다. 울퉁불퉁 돌출된 불그스레한 나무 밑둥이 도열해 있는 장관에 차의 속도는 저절로 줄어든다. 담양읍에서 시작되는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장관은 순창과의 경계지점까지 9km 가량 이어진다.

메타세콰이어는 공룡과 함께 살았던 나무. 은행나무, 소철과 함께 살아있는 화석식물 목록에 포함돼 있다. 1972년 전국적인 가로수 조성사업 당시 시범지역으로 지정된 이곳에 3,4년생 메타세콰이어 묘목을 심었다고 한다. 처음 심을 때만 해도 메타세콰이어가 귀한 나무라 삽목을 하기위해 밤중에 몰래 나뭇가지를 꺾어가는 사람이 무척 많았다고 한다.

메타세콰이어 가로수를 편안히 감상할 수 있는 곳은 읍내에서 가까운 학동마을. 길 옆으로 새 우회도로가 나면서 구도로는 관광객과 주민들만 이용하고 있다. 메타세콰이어 나무 밑에 조성된 화단에는 지금 맥문동이 활짝 보랏빛 꽃을 피우고 있다.

▲ 관방제림

담양군청 뒤편 도도히 흐르는 담양천 남쪽 둑방이 관방제림(官防堤林)이다. 말 그대로 관에서 둑에 조성한 숲이다.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제방림으로 천연기념물 제366호로 지정됐다. 2004년 제5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검증’ 받은 숲이다.

조선 중기 인조 때 하천의 홍수를 막으려 둑에 조성한 풍치림이 지금껏 보존돼 울창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것. 300년 이상 된 팽나무, 느티나무, 음나무, 푸조나무, 벚나무 등 노거수가 2km가량 둑을 따라 늘어섰다. 나무들은 한 아름 되는 것은 기본이고 큰 것들은 사람 서넛이 둘러싸도 부족할 만큼 둥치가 우람하다.

이 숲은 주민들의 쉼터다. 여자석이라 써 붙인 평상 위에선 동네 아낙들이 자식 이야기, 농사 이야기를 나누고, 경로석이라 써 붙인 평상에선 할아버지들이 화투 삼매경이다. 숲길을 따라 걷는 연인들의 뒷모습이 다정하고, 나무 사이로 자전거를 타고 지나는 농부의 얼굴이 평화롭다. 관방제림은 조용하고 편안하고 아늑한 쉼의 길이고 쉼의 숲이다. 둑에서 보이는 물 맑은 담양천은 한여름 아이들의 물놀이터다. 해가 저만치 기울어졌을 때, 물길에 비친 숲 그림자는 걸음을 자꾸만 멈추게 한다.

▲ 죽녹원ㆍ대나무골테마공원

관방제림에서 다리를 건너면 군에서 조성한 대숲 ‘죽녹원(竹綠園)’이다. 5만 여 평을 가득 메운 대숲의 위용이 만만치 않다. 초록의 생기를 받는 대나무 산림욕장이다. 산책로는 운수대통길, 죽마고우길, 사랑이 변치 않는 길 등 8개의 다양한 이름을 달고 서로를 잇고 있다.

구불구불하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적절이 조화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초록의 생기가 몸으로 흠뻑 스며든다. 둥근 대나무를 휘감고, 또 휘감아 스쳐온 바람은 어느 숲의 바람보다 부드럽고, 그 바람에 흔들려 서걱대는 댓잎의 소리는 마음 속 잡념을 털어낸다. 끝 코스인 선비의 길을 지나면 대숲이 끝나며 아담한 향교가 있는 마을로 내려오게 된다. 입장료 성인 1,000원(청소년 700원, 어린이 500원) (061)380-3244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을 따라 가다 석현교에서 우회전, 봉서리 비내동 마을로 들어서면 대나무골테마공원이다. 3만여 평으로 규모는 죽녹원보다 작다. 사진기자 출신의 개인이 운영하는 대숲이다. ‘여름향기’ ‘흑수선’ ‘청풍명월’ 등 많은 영화와 드라마, CF를 찍었던 곳.

공원 입구의 죽로천이라는 약수터에서 산책로가 시작된다. 길은 대나무 숲을 가로질러 황톳길의 솔숲으로 안내한다. 대나무 기운에 소나무 기운까지 얻어가는 산림욕이다. 산책로 끝 무렵 ‘전설의 고향’ 세트로 사용했던 초가가 있다. 입장료 성인 2,000원, 초중고생 1,500원, 유치원생 1,000원. (061)383-9291

담양=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정자의 고향' 소쇄원·명옥헌원림

담양은 풍류와 선비의 고장. 소쇄원을 비롯한 아름다운 정자와 정원으로 유명하다.

소쇄원(瀟灑園)은 한국을 대표하는 정원. 조선 중종때 양산보가 기묘사화로 스승 조광조가 세상을 뜨자 자연에 숨어 살겠다고 꾸민 곳이다. 짙은 초록의 그늘로 어둑한 입구를 지나면 계곡 안쪽에 붉은 배롱나무 배경으로 광풍각이 있고 그 뒤로 제월당이 내려보고 섰다. 숲과 계곡, 그리고 정자. ‘자연과 인공의 절묘한 조화’를 실감할 수 있는 곳이다.

송강 정철이 노닐던 송강정과 식영정, 송순의 체취가 묻은 면앙정 등 풍치 좋은 정자들이 담양 곳곳에 남아있다.

8월에 가장 아름다운 정자는 명옥헌원림(鳴玉軒苑林). 명옥헌이란 정자 아래 방자형 연못이 있고 그 연못 한가운데 둥근 섬이 있다. 정자와 연못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수십그루의 배롱나무에 지금 붉은 꽃이 한창이다. 연못에 비쳐진 배롱꽃 사태에 정신이 어질어질해진다.

명옥헌원림 입구인 후산리 마을 앞 연못도 운치있다. 아름드리 왕버드나무들이 개구리밥으로 가득한 연못에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다.

담양을 대표하는 음식은 떡갈비와 대통밥. 떡갈비는 담양읍사무소 인근의 덕인갈비(061-381-2194)와 신식당(061-382-9901)이, 대통밥은 담양읍 대나무건강랜드내의 귀빈관(061-383-5800), 대나무박물관 앞의 송죽정(061-381-3291)과 박물관앞집(061-381-1990) 등이 유명하다.

담양=글ㆍ사진 이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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