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장하성 교수가 설립한 한국기업 지배구조개선펀드가 태광산업의 주력계열사인 대한화섬의 지분 5%를 매입한 뒤 경영참여를 요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주식시장에서는 대한화섬을 비롯한 태광그룹의 계열사 주식들이 대부분 급등하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장 교수가 참여연대에서 소액주주 보호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운동을 활발히 전개해 온 시민운동가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장 교수는 "태광 그룹의 비효율적인 지배구조로 인해 대한화섬은 시가총액이 순자산가치의 5분의 1에 불과하다"며 소액주주 권리개선, 계열사간 거래 투명성 개선, 배당 증액 등을 요구했다.
증권가에서는 '주주총회장 시위' 수준이던 주주행동주의가 펀드를 통한 경영참여로 진일보한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많다. 반면 재계는 "기업 경영권을 위협하는 한국판 소버린 펀드"라며 부정적 시각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펀드의 성격을 규정하려는 시도는 성급하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은 이 펀드가 다른 수많은 사설펀드처럼 투자수익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펀드 설립은 장 교수가 주도했지만 운용은 외국계 라자드에셋 매니지먼트가 맡고 있다. 그것도 아일랜드에 등록된 역외펀드다.
숭고한 목적의 시민운동과는 전혀 다르다는 말이다. 기업 경영권을 위협한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대한화섬은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70%를 넘는다. 오히려 펀드측에서 경영권을 노린다는 비난을 피하려고 의도적으로 대한화섬을 선택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른바 '장하성 펀드'에 대한 평가는 앞으로의 운용방식이 말해줄 수밖에 없다. 장기 목표를 갖고 기업 가치와 주주 가치를 동시에 높이는 가치투자를 한다면 의미있는 주주행동주의로서 시장의 지지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거창한 명분과 달리 고액 배당과 자산 매각 등을 통해 단기적 이윤 회수에 집착한다면 투기펀드보다 하나도 나을 것이 없다. 장하성 펀드가 그 이름에 걸맞게 한국 지배구조 개선 운동에 새 모델을 제시하는 성과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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