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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대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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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대박 이야기

입력
2006.08.2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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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이란 단어가 언제부터 우리 사회에 유행하게 됐을까? '바다 이야기'광풍이 불면서 질문이 생겼다. 대박의 '박'자는 제비가 물고 온 박씨가 자라 큰 박을 터뜨려 흥부가 횡재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했다든가, 아예 쪽박의 반대말로 나왔다든가, 각기 다른 주장이 있다.

허나 언제부터 쓰여졌는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견해는 없다. 단지 10여년 전 어떤 배우가 흥행의 성공과 연관지어 '대박' 운운했다는 것을 기억하여 그 시작을 찾아보는 이도 있지만, 본격적으로 쓰인 것은 외환위기 이후라는 점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외환위기는 사회 양극화의 시점이기 때문이다. 결국 양극화에 대한 우려는 대중경제를 강조하는 김대중 대통령을 당선시켰고, 이어 다시 양극화 해소를 내세우는 참여정부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불행히도 양극화는 현실로 굳혀졌고, 오히려 한층 심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박은 실제로 한없는 추락을 두려워하는 서민들에게 오히려 가장 현실적인 사다리 타기일 수 있다.

양극화가 초래한 대박에 대한 범국민적 기대감은 마침내 전 국토를 도박장으로 가득 채우는 꼴을 가져왔다. '바다 이야기' 등 성인오락실은 3년 만에 50% 증가하여 현재 1만 5,000여 곳이 성업 중이다. 여기에 5,000여 개의 사행성 PC방까지 합치면 이 땅은 틀림없이 '도박 공화국'인 셈이다. 양극화와의 연관성은 이용자 중 절반 가까이가 저소득층이라는 통계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도박문화의 형태 역시 변했다. IT기술과 접목한 게임이 주류를 차지하면서, 외환위기 이후 급속히 심화되는 개인의 고립화가 남녀노소를 성인오락실로 몰아 갔다.

아직 우리 주위에는 명절 때 흩어진 가족이 한데 뭉칠 수 있는 수단으로 고스톱만한 오락이 어디 있느냐고 항변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들은 고스톱이 어두컴컴한 곳에서 오로지 고래, 상어, 인어 따위의 움직임을 골똘히 지켜보다 도대체 옆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조차 모르는 '나 홀로'오락보다는 훨씬 낫다는 억지를 펴기까지 한다.

X세대, Y세대라 일컫는 신세대가 겪는 고립화의 병은 이제 '쉰'세대까지 전염되기에 이르렀다. 결국 우리 사회의 고립화 현상은 도박문화의 변화를 가져왔고, 새로운 도박문화는 다시 고립화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의 구조가 정착된 듯싶다.

양극화와 고립화로만 '바다 이야기'파동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바로 근접성이야말로 사건의 주범이다. 성인오락실은 주택가는 물론 초등학교 앞 골목까지 포진했다. 언제 어디서든지 접근이 가능하다. 이 같은 근접성은 정부 정책의 산물이다. '돈 되는' 사업으로뿐 아니라 '쉽게 할 수 있는'오락실을 정부가 정책적으로 키웠기 때문이다.

자, 이제는 어떻게 해결하느냐다. 양극화나 고립화는 당장 어찌할 수 없다. 그런데 근접성은 마음 먹기에 따라 지금이라도 가능하다. 우선 정부가 독버섯처럼 사방에 침투한 성인오락실을 최소한 주택가나 학교 근처에서 몰아내줌으로써 근접성을 차단할 수 있다.

또한 근접성의 근절은 시민의 손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최근 수원 영통에서 단합된 '아줌마의 힘'은 '바다 이야기'를 물리쳤다. 아파트 주민의 끈질기고 조직화된 반대는 오락실의 개장을 실력으로 막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양필승ㆍ건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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