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성 게임업계와 조직 폭력배의 밀월 관계가 속속 베일을 벗고 있다. 폭력조직이 직접 게임장을 운영하는가 하면 상품권 유통 시장을 나눠먹기 식으로 장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임기 제조에서부터 게임기 유통, 게임장 운영, 상품권 유통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조폭의 검은 그림자’가 잔뜩 드리워져 있다.
‘게임장 업주 = 조폭’
부산지검은 6월 이 지역 폭력조직인 ‘신20세기파’와 ‘서면파’ 두목을 구속했다. 지난달에는 서울과 수원에서 각각 ‘익산구시장파’ 조직원 4명과 ‘상호파’ 두목이 구속됐다. 이들은 모두 사행성 게임장을 직접 운영하면서 몇 달새 수십억~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중 일부는 조직 운영자금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게임장이 아닌 환전소를 운영하다 적발된 경우도 있다. 부산 지역 신흥 폭력조직 ‘하단연합파’는 게임장들이 밀집한 곳에 환전소를 설치한 후 게임장 업주들에게 자신들의 환전소만 이용하라고 협박해 돈을 뜯어오다 덜미를 잡혔다.
바다이야기 황금성 등과 같은 게임기 제조업체 및 대리점의 지분에서도 검은 돈의 냄새가 난다. 검찰은 최근 S파 두목 박모씨를 불러 게임기 제조업체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지 조사했다. 폭력조직이 게임기 유통 대리점들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은 이미 업계에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당 700여만원에 달하는 바다이야기 게임기를 폭력조직들이 싼 값에 사들인 뒤 일반 게임장 업주들에게 되팔아 막대한 이윤을 챙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폭력조직들은 이익의 대가로 게임장에서 행패 부리는 고객을 ‘특별 관리’해 주거나 단속기관으로부터 ‘보호막’이 돼 줌으로써 공생 관계를 자처하기도 한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상품권 유통 나눠먹기
가만히 앉아서 목돈을 챙길 수 있는 상품권 유통시장 역시 조직폭력배가 ‘접수’한 지 오래다. 한 사정기관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영광파’는 A 상품권의 유통망을 장악했고 ‘태촌파’는 B 상품권, 구로ㆍ광명지역 폭력조직은 C 상품권, ‘칠성파’는 D 상품권 유통에 개입했다. 게임장들이 주로 하나의 상품권만을 사용하다 보니 한 곳이라도 더 잡기 위한 폭력조직들의 ‘세력 다툼’이 빈번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상품권 발행업체에 폭력조직의 돈이 들어갔다는 의혹도 있다. 상품권 발행업체로 지정되기 위해선 보증금을 내야 하는데 이 돈이 폭력조직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손쉽게 현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조직폭력배들이 사행성 게임업계에 직ㆍ간접적으로 개입, 조직의 자금줄로 활용하고 있다”며 “차명으로 지분을 가지고 있거나 다른 사람을 속칭 ‘바지 사장’으로 내세운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단속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부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