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사유재산이 국ㆍ공유 재산과 평등한 지위에서 보호받게 될 날도 멀지 않았다.
중국 최초의 사유재산보호법인 물권법(物權法) 초안이 22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에서 심의되기 시작했다고 중국 언론들이 23일 보도했다.
사유재산 보호를 확고히 하는 이 초안은 중국이 시장 자본제적 요소의 도입을 완결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물권법 5차 초안 심의를 맡은 후캉셩(胡康生) 전인대 법률위 부주임은 “공유제를 기본으로 하고 다양한 소유제의 발전을 인정하는 현실 속에서 초안은 국유재산, 집체재산과 함께 사유재산을 평등하게 보호한다는 원칙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그간 초안이 불러온 ‘선(先) 공유제, 후(後) 사유제’ 또는 ‘선 사유제, 후 공유제’ 를 둘러싼 지리한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음을 의미한다.
초안은 사유재산 인정에 따른 국유재산 유출 등의 부작용을 감안, 지난해 10월 4차 초안에는 없던 국유재산 유실 방지 규정을 강화했다.
이는 물권법이 사회주의 근간인 국유제를 흔든다고 정치공세를 강화하면서 올 3월 법 제정을 보류시킨 보수파의 입장을 일부 수용한 것이다.
초안은 또 아파트와 주택 등 부동산의 경우 개인이 구입 후 70년 동안 재산권을 보장받으면서 사용하고 이후 국가에 반납한 뒤 재매입해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초안은 그러나 농지의 제한성을 감안, 농민이 토지를 불하받아 30년간 경작할 수 있는 승포(承包)제의 골간을 유지키로 해 농지의 담보권, 농지의 소유권은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왕이(王軼) 베이징대학 법학원 교수는 “이 법안은 민법의 기본 사항으로 민사주체가 민법의 기초 원칙 하에 권리행사를 평등하게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즉 2004년 3월 “공민의 합법적 사유재산은 침범 당하지 않는다”는 중국 헌법 수정 조항의 입법 정신을 계승, 개인사유권 인정의 최종 결정판이라는 얘기이다.
하지만 5차 초안이 법률로 제정되기까지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야 한다. 올 3월 전인대에서 물권법 제정이 막바지에 이르자 보수파들은 “시장경제 제도가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물권법 제정은 사회주의 경제의 훼손을 가져온다”며 “초안은 자본주의 민법을 그대로 베낀 것으로 부자의 고급자동차와 거지의 쪽박을 동일하게 보호한다는 모순을 지닌다”고 공격했다. 이로 인해 물권법 논쟁은 1980년대 초반과 1990년대 초반에 이은 3차 개혁 논쟁으로 비화했고,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법률 제정을 보류시키면서 “개혁 개방은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혀야 했다.
중국 지도부는 이번에도 밀리면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고 내년 3월 물권법 제정을 밀어부칠 것이라는 게 관측통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물권법은 국유제와 사유제의 어정쩡한 동거의 출발이어서 두 제도 사이에 걸쳐 있는 모호한 재산의 처리, 농지의 담보권 등 숱한 난제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법률은 중국 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며, 중국에 대한 미국의 시장경제지위 인정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베이징=이영섭특파원 younglee@hk.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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