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을 경질한 데는 차관교체 움직임을 감지한 유 전 차관이 청와대에 ‘인사청탁’을 공개하겠다고 압박한 게 한 이유였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주 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만찬회동을 했던 국회 운영위ㆍ문광위 소속 열린우리당 의원 중 일부는 23일 노 대통령이 유 전 차관의 경질 사유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고 전했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신문유통원 문제 등 이유로 유 전 차관의 경질이 필요하다는 실무선의 보고가 올라오자 “차관이 된 지 얼마 안됐으니까 신중하게 결정하는 게 좋겠다”며 결정을 미뤘다. 문광위 소속 한 의원은 “대통령은 처음에 유임 쪽에 무게를 뒀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자신의 경질 여부가 논의된다는 사실을 감지한 유 전 차관이 인사 청탁 폭로 운운하며 청와대를 압박한다는 보고를 받았다. 심지어 청와대 비서실 내에서도 유 전 차관을 경질하면 시끄러워질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고, 외부에서도 이 같은 의견이 전달됐다고 노 대통령은 설명했다.
이후 노 대통령은 유 전 차관이 문제삼은 인사청탁의 실체를 파악하도록 지시했고, 아리랑TV 부사장 인선 과정은 청탁이 아니라 추천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유 전 차관을 경질하기로 결심했다.
운영위의 한 의원은 “노 대통령은 ‘유 전 차관을 경질하지 않을 경우 다른 공무원들에게도 나쁜 선례를 만들 것 같았다’고 하더라”며 “유 전 차관이 인사청탁 문제를 사전에 거론하지 않았다면 경질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던 것 같다”고 청와대의 분위기를 전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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