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이라크전 상황에 대한 좌절감을 토로, 이라크전이 미국의 희망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부시 대통령은 그 동안 막무가내일 정도로 이라크전의 긍정적 측면을 부각시키려 애썼으나 21일 기자회견에선 “이라크전이 미국의 신경을 잡아 당기며 시험하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이라크 상황이 여의치 않음을 인정했다. 이 같은 좌절감의 표출은 이라크전에 반대하는 미국 내 여론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서 나온 것이어서 그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CNN방송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전 여론의 비율은 61%로 이라크전이 시작된 이래 가장 높았고, 이라크전 지지 비율은 35%에 그쳤다. 개전 당시인 2003년 3월 25%에 불과하던 반전 비율은 2년만인 2005년 3월 47%를 고비로 역전된 이후 줄곧 과반수를 넘겨오다 이번에 최고치를 기록하게 된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42%로 이달 초(40%)에 비해 조금 높아졌으나 지지하지 않는다는 비율(57%)엔 크게 못 미쳤다. 지지 정당에 대한 질문에서도 공화당(43%)은 민주당(52%)에 뒤졌다.
부시 대통령의 좌절감은 직접적으로 이라크에서의 내전 발발 가능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라크 내전 가능성을 처음으로 인정하면서 “지금은 즐거운 시기가 아니며 도전의 시기이자 어려운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좌절감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 “때때로 좌절감을 느끼지만 놀라는 적은 거의 없다”며 애써 의연해지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은 “그 누구도 무고한 사람들이 죽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이라크 민간인 희생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에 대해선 “테러리스트들과 맞서지 않고 이라크를 테러리스트들에게 내주는 재앙이 될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거듭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불구,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내전 가능성을 거론했다는 것 자체가 미군 철수 여론을 가늠해 보기위한 움직임이 시작됐음을 뜻한다”며 “11월 중간선거 이전에 철군이 가시화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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