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성 성인오락 업계에서는 바다이야기 의혹이 불거지기 이전부터 ‘상품권 대란’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었다. 지난해 말 후발 상품권 발행업체인 A사가 상품권 과다 발행 여파로 심각한 자금난을 겪게 되면서 업계에서는 상품권 유통의 흐름이 막히는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얘기들이 나돌았다.
사단은 서울동부지검이 지난해 12월 A사 사장 K씨를 구속하면서 시작됐다. 바다이야기의 히트로 상품권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A사가 지급보증 한도를 넘어서 상품권을 과다 발행한 것이 문제가 됐다. A사는 한국게임산업개발원으로부터 4개월 가까이 상품권 발행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경영 사정이 악화됐다. 총판과 대리점들은 A사로 몰려가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꿔 줄 것을 요구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4월 20일 A사에 대한 발행정지가 풀렸지만 사정은 변하지 않았다.
총판을 운영하고 있는 K씨는 5만장 정도의 A사 상품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상품권의 30%는 ‘회사를 살려야 돈을 받겠다’는 심정에 채권 전환을 해 주었고 나머지 70%는 아직도 상품권으로 쥐고 있다. K씨는 “A사에 현금 상환을 수차례 요구했으나 A사측에선 현금은 줄 수 없고 대신 신권(상품권)을 가져가 사용하라는 말만 들었다”고 말했다.
K씨는 서울보증보험에 문의를 했으나 “(상품권) 개인 소지자일 경우 30만원 한도 내에서만 보호 받을 수 있으나 그나마 가맹점이 모두 없어지고 회사가 부도가 나야 한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고 말했다. 이 경우 A사와의 계약서에 ‘현금상환’을 적어 놓았다면 민사소송으로 갈수 있지만 이겨도 돈을 건질지는 미지수. 결국 A사가 부도라도 나면 K씨는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처지다.
A사 관계자는 “현금 상환 요구가 들어오면 시간 계획을 세워 돌려주겠다는 것이 회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K씨는 “언제까지 돈을 줄지 확약해 주지 않는다”며 고개를 저었다. A사 관계자는 또 “우리도 폭탄을 안고 있는 심정”이지만 “자금 상환계획에 따라 조금씩 갚아나가고 있는 만큼 상품권 대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A사의 상품권 발행 물량은 500만장으로 약 250억원 규모. 지금도 게임장에선 현금처럼 유통된다. 한 대리점 관계자는 “내년 4월 상품권 제도가 폐지되면 우리는 앉아서 망할 수밖에 없다”면서 “발행사든 보험사든 아무도 책임지지 못한다면 정부라도 나서야 한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태희 기자 good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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