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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이야기 의혹/ "한탕한 錢主들 이미 먹튀후 잠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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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이야기 의혹/ "한탕한 錢主들 이미 먹튀후 잠수중"

입력
2006.08.2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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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역시 뒷북이네요. 돈 번 사람들은 한탕 크게 하고 이미 다 떠났어요."

경기 분당에서 게임장(사행성 성인오락실)과 성인PC방을 운영했던 업자 A씨는 "바다이야기 같은 릴게임 전성시대는 올해 초 끝났고 성인PC방이 그 뒤를 이었지만 최근 집중단속으로 초토화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돈 많은 전주(錢主)들은 이미 '먹튀(먹고 튀다)'한 뒤 잠수(관망)를 탔거나 유흥업소 등으로 투자처를 바꿨다"고 단언했다.

다른 업자 B씨의 말도 비슷했다. B씨는 "바다이야기 덕분에 100억~200억 대박을 맞았다는 소문이 확 퍼진 게 올 초였는데 지금까지 큰 손들이 남아있겠느냐"며 "게임장에서 재미 본 전주들은 사회분위기와 단속 경향을 눈치채고 바지사장만 앉혀놓은 채 단속이 뜸한 안마시술소 등으로 눈길을 돌렸다"고 했다.

●게임장 사라진 자리에 유사 성매매업소?

실제 온갖 종류의 유사 성행위가 난무하는 유흥업소와 게임장 등 사행성 업소가 즐비해 '환락문화의 메카'로 불리는 서울 동대문구 장한평 일대는 지난달부터 조용한 변화를 맞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유행과 단속에 민감한 장한평은 성매매 특별법으로 된서리를 맞은 안마시술소 등이 사라진 자리에 게임장과 성인PC방이 들어서는가 싶더니 최근엔 다시 안마시술소가 돌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안마시술소→퇴폐이발소→사설경마장→바다이야기 등 릴게임→성인PC방→다시 안마시술소'로 주요 업종이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22일 장한평의 한 건물 2층은 내부공사가 한창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안마시술소로 이름을 날린 건물이지만 지난해 게임장이 들어섰다. 그리고 얼마 전 새로운 업종으로 전환하기 위해 문을 닫았다. 그러나 잔뜩 신경이 날카로워진 사내들이 주변을 지키며 근처에는 얼씬도 못하게 했다. 주변 상인들은 "안마시술소를 넓히거나 룸살롱 같은 게 들어오지 않겠느냐"고 쑥덕였다.

단속 때문에 올 초 운영하던 안마시술소를 정리한 박모(37)씨는 "성인PC방을 준비했는데 일단 중지하고 분위기를 살피는 중"이라며 "단속이 게임장으로 바뀔 줄 알았으면 업종을 바꾸지 않았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주변 소문도 귀띔해 주었다. 박씨는 "성인PC방 단속은 10월 말이면 끝나고 새로운 종류의 게임이 뜰 테니 투자를 하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정부 관계자가 그 게임을 밀고 있다는 소리에 관심을 가진 전주들도 적지 않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이미 릴게임으로 한몫 잡은 전주들은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한다.

●썰물처럼 손님 빠져나간 바다이야기

이날 서울 영등포의 한 '바다이야기' 게임장은 썰렁했다. 이틀 전만 해도 화려한 바다풍경이 그려진 외양과 집어등(集魚燈)처럼 큼직했던 간판은 검은 천으로 대충 가렸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게임장은 아예 하얀 천으로 도배했다. 하지만 두 곳 모두 게임기는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다만 손님은 대여섯 명에 그쳤다. 50~70대의 게임기는 전기료만 축 내고 있었다.

영등포 게임장의 종업원은 "며칠 전만 해도 손님들이 바글바글했는데 감쪽같이 사라졌다"며 "사장님이 신장개업한지 얼마 안돼 투자금이라도 건지려 애쓰는 것 같다"고 했다. 동대문 게임장의 종업원은 "경찰이 언제 들이닥칠 지 몰라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게 된다"며 "이 난리통에 영업이 되겠느냐, 그냥 문만 열어놓은 것"이라고 귀찮아 했다.

도심 곳곳에 휘황찬란하게 자리잡았던 바다이야기 업소들은 이처럼 눈에 띄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간판을 감추고 몰래 영업을 하는가 하면 아예 셔터를 굳게 내려 닫은 업소도 많다. 셔터엔 '내부 수리' '임시 휴업' 등의 안내문이 어지럽다. 한 택시기사는 "자주 대박이 터진다는 소문에 종종 들렀던 가게도 엊그제 문을 닫은 것 같다"고 했다.

그나마 문을 여는 곳은 '바닷바람'에 뒤늦게 합류한 영세업자가 동업해 만든 가게들이다. 마포구의 한 게임장 주인은 "6월에 어렵게 자리를 잡아 투자비만 20억원을 쏟아 부었는데 걱정이 태산"이라며 "언제쯤 조용해질 것 같냐"고 되물었다. 그는 본전이라도 뽑기 위해 대박 승률을 없앤 뒤 장사를 하고 있다며 한숨 지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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