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유재건 의원 "50년 전 義氣에 '따뜻한 훈장' 고마워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유재건 의원 "50년 전 義氣에 '따뜻한 훈장' 고마워요"

입력
2006.08.23 00:01
0 0

"50년 전 일인데 훈장을 준다니 민망하기도 하고…. 참 동화 같은 얘기죠."

열린우리당 유재건 의원이 독특한 사연으로 헝가리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게 돼 화제다.

이야기는 정확히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6년 유 의원이 연세대 정외과 1학년이던 때다. 그 해 소련군이 헝가리를 침공한 사실이 알려지자, 당시 연세대 학생들이 '헝가리 자유 수호 학도 의용군'을 만들었다. 유 의원을 포함한 8명의 학생이 만든 것이다. 의용군을 주도적으로 조직한 사람은 당시 연세대 4학년이던 이만섭 전 국회의장이다.

그런데 이게 참 발상이 뚱딴지 같았다. 이들은 "헝가리의 자유화 운동을 지원하겠다"는 호기로운 뜻을 갖고 당시 김용우 국방장관을 찾아가 "헝가리로 파견해 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 "공산주의를 무찌르러 가겠다"는 의기도 높았다. 거절 당한 것은 당연했다. 김 장관은 "학생들의 의기는 잘 알겠으나 국제 관계상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이들을 돌려보냈다. 이 이야기는 당시 한국일보 등 언론에도 보도됐다.

유 의원은 22일 "참 엉뚱하면서도 순수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유 의원은 "지금은 잘 이해가 안 되겠지만 그 당시엔 전후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반공정신이 투철했던 시절"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덥던 어느날 이만섭 선배가 강의실을 찾아와 반공을 주제로 일장 연설을 하며 의용군에 참여하자고 독려했고, 나는 번쩍 손을 들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공부할 분위기도 아니었고, 넓은 세상으로 나가보자는 생각이 많았다"며 "공산주의를 분쇄하자는 어린 마음도 담겨 있었다"고 의용군 참여 동기를 설명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이 이야기에 대해 "소련군이 탱크를 앞세워 헝가리를 강점하려는 것을 보고 피가 끓어 이를 차마 보고 있지 못해서 한 일"이라고 적고 있다.

50년이 지난 지금, 유 의원은 이 인연으로 25일 헝가리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게 됐다. '헝가리공화국 십자중훈장'이다. 헝가리 정부가 외교관계와 관련해 양국 우호 증진에 혁혁한 공을 세운 외국인들에게 수여하는 훈장이다. 헝가리 국회의장이 임채정 국회의장 초청으로 방한하는 길에 훈장을 갖고 와, 주한 헝가리대사관저에서 유 의원에게 수여할 예정이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도 같은 사유로 2002년 3월 헝가리를 방문했을 때 '십자중훈장'보다 한 단계 높은 '십자대훈장'을 받았다.

유 의원은 "아마 우리 대사관측에서 훈장을 추천해서 받게 된 것 같다"며 "고맙기야 하지만 훈장 받을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참 민망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그러나 "참으로 아련한 추억을 되살리는 것 같아 가슴은 따뜻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솔직히 그 일 이후로 헝가리와는 전혀 인연이 없었다. 헝가리 여행 한 번 못 가봤는데 이제 꼭 가 봐야겠다"며 환히 웃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