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드디어 보인다. 저어기 반짝이고 있는 반딧불이가 보이지?" "야! 정말이다. 그냥으로는 들리지 않는데 청진기를 가까이 대어보니 물소리가 들려. 너도 들어볼래?"
'여름 학생가족 숲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이 발견의 기쁨에 외치는 소리입니다. 광릉에 있는 국립수목원에서는 여름방학 기간 중 청소년과 부모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여름 학생가족 숲 캠프'가 열리고 있답니다.
우리의 자연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고 그 올바른 이해 및 숲의 효용과 가치를 가르쳐주기 위해서랍니다. 울창한 숲 속에서 하루를 텐트 치고 야영하면서 광릉 숲의 아름다움과 보전의 중요성도 함께 일깨워주지요. 캠프는 4회에 걸쳐 열리는데 올해는 칠월칠석날인 7월31일부터 시작했답니다.
도착한 날 대낮은 무척 더웠습니다. 장마철에 비는 많이 오고 햇빛은 나지 않아서 맑은 하늘과 태양이 그리웠는데 이제 장마가 지나고 더워지자 다시 한 줄기 비가 그리워져요. 참 사람의 마음은 이렇게 쉽게 변하나 봅니다. 숲 속이라서 도시보다는 시원하다고 캠프 선생님께서 말씀하시지만 별로 시원함은 느끼지 못해요. 흘러내리는 땀은 멈추지를 않고 연신 땀을 닦아내리는 손수건이 흥건해집니다.
샘물을 한 모금 마셔봤어요. 너무나 시원하고 맛이 있어 다시 한 국자를 더 마셨지요. 광릉숲은 세조대왕의 능림으로 보전되어온 숲이라 나무가 많고 공해도 없는 지역이라는데 그래서 샘물이 맛짱입니다. 샘물이 더위를 많이 식혀줍니다. 이제 정신이 좀 들고 살 것 같아요. 아! 이제 알았어요.
시원하게 느껴지게 된 것은 샘물만이 아니라 "맴맴" "?X?X" "쓰르람 쓰르람"하고 노래하는 매미들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온 몸으로 시원함을 느끼네요. 눈으로 보는 푸르고 울창한 아름드리 나무들, 손 끝에 느껴지는 계곡물의 차가움, 혀로 느끼는 시원하고 맛있는 물맛, 귀로 듣는 매미 노래, 코로 맡아보는 전나무의 피톤치드라는 나무향기가 시원함을 더합니다.
덩굴나무 터널은 정말 시원했어요. 등나무, 덩굴장미, 으름, 인동, 머루, 다래, 칡 등 아는 나무, 모르는 나무도 있지만 서울의 물분수 터널보다 더 멋있었다고 느껴져요. 박물관 곤충전시실에서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도 만져보았지요.
애벌레 모습, 다 자란 어른벌레 모두 있었어요. 풍뎅이 표본을 보니깐 매우 큰 녀석도 있는데 덩치에 걸맞게 이름도 골리앗, 헤라클레스랍니다. 그런데 골리앗풍뎅이는 있는데 다윗풍뎅이는 없다고 해요. 나비와 나방을 어떻게 구별하는지도 알게 되었어요.
밤에 보이는 것은 나방이라고 알았었는데 더듬이, 날개, 몸통에도 차이가 있어서 이제는 멀리서도 쉽게 구별할 수 있어요. 물레를 돌리는데 따뜻한 물속에서는 누에고치가 돌아가요. "무슨 리모컨 장치가 있는가?" 하고 자세히 보니 아주 조그마한 실로 연결되어 있어요. 이 실이 실크인데 옷이나, 넥타이 등에 매우 귀중하게 사용되고 있대요.
텐트를 치고 나서는 숲속 음악회를 시작으로 야간 프로그램입니다. 먼저 수목원의 쉰(?)세대 박사님들의 오카리나 연주가 있었어요. '아름다운 것들' '고향의 봄' '에델바이스' 등 다양한 곡이 연주되었어요. 소리가 매우 맑고 숲과 어울리는 흙으로 만든 악기였어요.
반딧불이를 발견해서 가장 즐거웠어요. 이름 모를 풀벌레 그리고 부엉이 울음소리도 들리고 손전등 불빛에는 날고 있는 조그마한 벌레의 모습이 비쳐요. 청진기를 나무에 대어보니 물이 올라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숲은 밤에 잠을 자지 않는가 봐요. 한밤중 동물원에서 호랑이를 찾기 위해 손전등을 비추다가 호랑이 눈에서 빛이 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정말 신기한 체험을 많이 했어요. 캠프를 통해서 광릉숲이 아름답고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는 보물창고란 것을 알게 되었어요.
새로운 친구도 사귀게 되었어요. 지난해에 이어 금년에도 다시 온 학생이 있는데 저도 다시 내년에 오고 싶어요. 앞으로 아름다운 숲과 자연을 지키고 잘 가꾸어 나가는 숲지킴이가 될 것을 약속해요.
권은오ㆍ국립수목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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