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선거를 통해 민심의 이반과 집권세력의 문제가 드러난 지 오래지만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의 전조는 아직도 요원하다. 열린우리당이 민생과 경제에 치중하는 실용적 전환의 제스처를 보이고 있지만 대통령과 정부에 이르러 정책으로 완성되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와 당이 머리를 맞댄 몇 차례 회동에서 확인되는 것은 계속되는 엇박자의 충돌일 뿐 심기일전의 메시지와는 거리가 멀다.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비판과 자성도 여전히 소리만 요란하다. 행동과 실적으로 고치지 않으면 국면 호도용 기만에 불과하다. 그제 열린우리당 김영춘 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서민과 중산층의 삶을 개선할 해답을 제시하지 않으면 우리당은 좌파논리에 경도된 시대착오적 수구정당의 낙인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 것도 실행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글 역시 위기가 닥칠 때마다 자신의 문제를 되뇌던 숱한 반성문 중 하나 이상은 아니다.
달리 보게 되는 것 한 가지는 민의에 한참 뒤져 되풀이되는 똑같은 반성이 아직도 나오고 있는 현상 자체다. 위기의 수렁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집권층의 현주소다.
주변의 변화에 무감한 채 무능과 안주,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집단에게 남는 것은 수구와 퇴보다. 그런 상태로 대중과 유리된 정당이 걸을 길은 퇴출밖에 없다.
김 의원은 "우리당이 혁명하듯이 정치를 했고, 청와대와 정부의 부족함을 바로잡지도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 "대통령마저 무능하고 한심한 대통령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오류와 실책, 언행의 문제는 재론의 여지도 없다. 집권당 스스로가 수구정당의 신세를 예견하는 상황은 한 마디로 비참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후 당 고문으로 열린우리당과 함께 하다가 눈을 감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개혁하겠다던 당이 좌파 수구로 전락할 판에 대통령의 책임은 어디로 갈 것이며, 그런 당과 얼마나 함께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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