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밖의 여권 유력 인사 A씨가 상품권 발행사에 모종의 도움을 주고, 리베이트를 받고 있다는 얘기는 업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 오죽했으면 지정 받지 못한 업자들끼리 모이면 ‘A씨를 한번 찾아가자’라는 얘기까지 나왔겠나.”
경품용 상품권 발행 업체 지정 신청을 했다 탈락한 업체 관계자들은 21일 구체적인 로비 형태에 대해서는 말을 삼가면서도“우리 회사보다 재무상태나 준비 상황이 미흡한 회사들이 지정되는 것을 보면 로비 아니면 설명할 수 없다는 생각”이라고 입을 모았다.
돈보다 중요한 연줄
2004년 12월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로 지정됐다 올해 3월28일 지정을 취소 당한 한 업체 관계자 B씨는 경품용 상품권 인정 과정에 로비가 없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정이 곧 로또 당첨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문화관광부의 한 고위 공직자가 ‘내가 책임질 테니 인정해줘라’라는 말까지 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상품권 발행 지정업체 중 유명 업체 간판을 달고 있는 회사들도 알고 보면 영세한 개인이 운영하는 업체인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들 업체는 상품권 유통 과정에서 생기는 수익의 일부를 (뒤를 봐준 이에게) 상납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지정된 업체가 오히려 탈락한 업체보다 부실한 경우가 더 많다”고 분개했다.
한나라당 이재웅 의원에 따르면 상품권 발행업체 중 2개 회사는 지정 전인 2004년 자본잠식 상태였다. 이밖에 지난해 71억원의 순익을 올린 한국도서보급은 2004년 3억4,000만원의 적자였고, 지난해 33억원 흑자인 한국문화진흥도 2004년은 28억원의 적자를 봤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 경품용 상품권 지정 신청을 5차례를 냈다 모두 반려된 한 업체 대표 C씨는 “로비 아니면 힘들다는 얘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미군과 경찰 육군 등에 공중전화카드 PDA 등을 납품, 미8군에서 훈장까지 받은 이 업체는 실사 기관인 한국게임산업기관의 지적대로 400만원 짜리 서버를 1,800만원 대로 바꾸고, 회수된 상품권을 검사할 수 있는 대당 8,800만원짜리 OCR리더기 4대를 구입했다.
회수 상품권을 보관할 수 있는 창고와 이를 분쇄할 수 있는 파지 창고까지 만들었다. 27억원을 들여 요구 사항을 그대로 따랐지만 별다른 이유없이 신청에서 계속 떨어졌다. C씨는 억울한 마음에 문화부와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을 상대로 최근 소송까지 냈다.
다른 업체의 D씨는 “자금력이나 재무상태 보다 연줄이 더 중요했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이 업체는 ‘백싸움’에 자신이 없어 스스로 지정 신청을 포기해 버렸다.
여권인사 로비설 왜 나오나
경품용 상품권 업계에선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그 중에서도 여권 정치인들의 이름이 여럿 거론되고 있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매력에 상품권 발행업체 지정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됐고 이 과정에서 검은 돈이 오갔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모 업체는 부산이나 강원 출신 정치인과 연계돼 있다”거나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대표로 있는 업체들은 여권의 386실세 등과 줄이 닿아 있다”는 식의 소문이 널리 퍼지면서 시민단체인 흥사단은 이미 지난해 상품권 업체 심사 과정에 각종 특혜 및 비리 의혹이 있다며 감사원에 시민감사청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성인오락실 상품권 규모는 최근 한 두해 사이 4,000억원 대에서 27조원 대로 급성장했는데 지난해 8월 상품권 발행 업체로 지정된 7곳은 5개월여 만에 394억원을 벌었다고 한다.
상품권 발행 액수도 천문학적이다. 지난해 8월1일 지정된 한국도서보급은 4조5,460억원, 한국문화진흥은 4조4,220억원, 해피머니아이앤씨는 3조5,058억원, 인터파크는 3조4,785억원 등이고, 올 3월15일 지정된 동원리소스와 삼미도 각각 4,825억원과 4,080억원 어치의 상품권을 내놓았다.
정민승기자 msj@hk.co.kr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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