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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이야기 의혹/ '바다' 평범한 삶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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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이야기 의혹/ '바다' 평범한 삶을 삼켰다

입력
2006.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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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아들을 둔 최모(52)씨는 '바다 이야기'소리만 들으면 치가 떨린다. 올 봄 아들(대학 2 휴학)이 갑자기 학교를 가지 않는 것을 이상히 여긴 최씨는 이유를 듣고 깜짝 놀랐다. 등록금을 다 써 버렸다는 것이었다. 아들을 다그쳤더니 "성인오락실에 다니면서 바다 이야기를 하다 그만…"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최씨는 등록금을 다 쓰자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고 부모님 카드를 몰래 가져가 현금 서비스를 받았다. 나중에는 자신 명의로 만든 카드로 빚을 냈다. 이렇게 해서 날린 돈이 수 천만원. 최씨는 아들을 휴학 시키고 유학을 보내야 할 지 고민하고 있다.

바다 이야기는 젊은이들을 도박 중독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세련된 이미지에 일반 게임 같은 분위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모(26)씨는 "지금껏 성인오락실하면 어두컴컴하고 칙칙한 것만 떠올랐지만 바다 이야기는 다르다"며 "천연색 LCD 모니터를 비롯해 디자인이나 분위기가 게임방에 온 것 같고 젊은 감각에 딱 맞다"고 말했다.

이런 친숙한 이미지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바다 이야기를 대학생들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2000년 서울대 전기공학부 학생들은 '엔버스터'라는 벤처기업을 차린 뒤 2004년 8월 바다 이야기의 핵심인 확률 프로그램을 개발, 12월 시장에 내놓았다.

조금 게임을 더하면 돈을 딸 수 있을 것처럼 예고를 해주는 게임내용도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다.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방황하던 중 성인오락실을 알게 됐다는 대학생 B씨는 "아무 생각도 없이 돈 욕심이 나서 계속했다"며 "잠자리에 누우면 오락기 소리가 환청처럼 들린다"고 털어 놓았다.

동네 구멍가게 만큼이나 게임장이 많다 보니 별 어려움 없이 드나들 수 있다는 점도 중독의 또 다른 이유가 되고 있다. 한 바다 이야기 매니아는 "화투 포커 경마는 특정 장소를 찾아 가야 할 수 있지만 바다 이야기는 어딜 가나 널려 있어 중독자를 무한정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바다 이야기의 도박성으로 피해를 본 사례는 부지기수다. 13일 오전 10시께 부산 동래구 온천2동 금정산 8부능선에서 손모(38)씨가 나무에 목을 매 숨졌다.

바다이야기 등 성인오락실을 드나들며 진 1억원의 빚 때문이었다. 이에 앞서 8일에도 성인오락실에 다니며 거액을 잃은 한 인쇄업소 직원이 고성능 스캐너와 컬러프린터 등을 이용해 1만원권 위조지폐까지 제작해 오락실에서 다시 사용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한국단도박모임 이모 사무국장은 "지난해 중반 이후에 바다 이야기 등 새로운 히트 도박게임에 중독됐다는 상담이 전체 상담건수의 절반 이상일 정도로 많아졌다"고 말했다.

심지어 미군 부대에 근무한다는 외국인이 "영어 상담 프로그램이 없느냐"며 물어 온 적도 있다고 한다. 이 국장은 "무엇보다 자신이 중독됐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친구나 가족이 중독 증세를 보이면 즉시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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