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0일 “우리나라 대통령이 넘어야 할 다섯 고개가 있다”고 말하며 임기 말 대통령의 어려움과 고뇌를 토로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가진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오찬 모임에서 임기 말에 차별화를 시도하는 여당을 겨냥해 ‘대통령의 넘어야 할 고개’ 중에 여당의 공세를 포함시켰다.
노 대통령은 “첫째는 여소야대의 고개이고, 둘째는 지역감정의 고개, 셋째는 언론을 통한 정치 공세”라고 말한 뒤 “넷째는 여당의 공세이고 마지막 단계로 가면 권력기관의 공세와 이탈이 뒤따르게 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하지만 나는 이런 것과 관련해 소통령도 없고 게이트도 없다”고 강조한 뒤 “나는 공세를 넘어서 위기 관리를 잘 하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에 대해 한 참석자는 “대통령으로서 겪는 어려움은 있지만 전임자들과 달리 권력형 비리는 없으니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게 도와달라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노 대통령은 비록 여당의 공세를 거론했지만 당청간의 협력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국정 운영에 대한 지지를 거듭 당부하며 뉴딜(New Deal)정책에 대한 긍정적인 사인을 보냈고, 우리당은 ‘당정청 공동체’를 강조했다. 하지만 향후 유동적인 정국 상황을 감안하면 당청간의 이 같은 기류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노 대통령은 이날 임기 말 국정운영에 대한 당의 지원을 수차례 반복해서 요청했다고 우리당 민병두 홍보기획위원장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국정의 끈을 놓치고 싶지 않다”, “당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싶다”는 등의 얘기를 했다. 또 정계개편 가능성을 염두에 둔 듯 “여러 움직임과 논의가 있지만 정치 경험이 많은 여러분이 힘을 합치자고 설득해달라”는 말도 했다.
대신 노 대통령은 김근태 의장 등 우리당 지도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뉴딜 정책에 대해 “가능하면 도와드리겠다”고 화답했다. 물론 “대기업 투자보다 심각한 건 중소기업 투자다, 출총제 때문에 대기업 투자가 제약 받는 건 아니다”며 이견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그런 점에서 선뜻 손발을 못 맞춰 드렸던 것”이라며 한결 부드럽게 접근했다.
당에서도 청와대를 향한 우호적인 발언들이 쏟아졌다. 김 의장은 “당정청은 운명공동체로 미래를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고, 회동의 주제였던 장기재정운영계획에 대해서도 “국가 비전에 대해 정비하고 발전의 계기로 삼자”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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