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원회에 보고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로드맵’에 따르면 2012년까지 한국이 전시작전통제권을 단독행사하게 되고(정부측 표현으로는 ‘환수’),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되며 그 대체기구로 ‘전ㆍ평시 협조 본부’(가칭)가 창설된다고 한다. 국방부는 이 로드맵의 향후(2010~2012년) 추진 시간계획도 제시했다. 시행계획의 초안이 공개된 이상 근간에 나타난 찬반논쟁이 더욱 열기를 띨 분위기다. 걱정과 우려가 앞선다.
역사적으로 보면 6ㆍ25전쟁 수행을 위해 작전지휘권이 유엔군에 이양되었다가 1954년 11월에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로 ‘작전지휘권’이 ‘작전통제권’으로 변경되었고, 1978년 11월7일 한미연합군사령부(CFC)가 창설된 이후에는 한미 양국이 연합구성군에 대해 연합(공동)으로 작전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다. 더욱이 1994년 12월말 이후에는 한국군이 ‘평시 작전통제권’을 단독행사하고 있다. 전시작전통제권도 미국군이 일방적으로 단독행사하지는 않는다.
작전 ‘통제권’은 작전 ‘지휘권’과 달리 대통령과 국방장관에 의한 ‘전략지침과 지시’에 따라 군사지휘관이 부여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미 ‘연합’(공동) 작전통제권 행사는 한미 양국 대통령의 협의와 합의, 양국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간의 합의 결과를 연합사령관에게 지시하는 것이다.
그 이하 제대의 병력은 각자 자국 사령관이 직접지휘하게 되는 것이다. 오히려 한미지상군 구성군의 경우 한국군 장교가 사령관이기 때문에 주한 미 지상군과 증원되는 미국 지상군을 작전통제하게 된다. 전 세계에서 미 육군이 외국군의 작전통제를 받는 유일한 경우이다.
작은 나라의 군대가 큰 나라의 군대(증원 총병력 69만)와 연합작전을 수행한다는 것은 더없는 자랑이고 자존심을 고취시킬 수 있는 사항이다. 일본이 특히 부러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NATO군도 전시에는 미군장교가 연합사령관이 되어 유럽 국가들의 군대를 실질적으로 작전 통제한다.
따라서 연합작전통제권 행사는 군사주권이나 자주권, 국가 자존심 문제가 아니라 작전 효율성과 유사시의 증원 보장을 의한 제도적 장치일 뿐이다. 유사시 증원될 69만 미군과 1,300조원 이상의 군수물자의 투입을 보증하기 위한 필수요건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NATO의 자동개입과 달리 협의를 거쳐 합의한 후 그 나라 헌법절차에 따라 개입하게 되는 제한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사실적인 자동개입’ 장치가 필요하다.
작년까지는 한강 이북에 배치된 미군이 ‘인계철선’으로 자동개입수단이었으나 향후에는 한미연합사 제도만이 어느 정도라도 증원군의 자동개입을 보장하는 유일한 장치이다. 연합사가 해체되면 향후의 미군 증원은 당시의 상황과 미국내 여론에 좌우될 수밖에 없게 된다.
전시작전통제권 행사 변경이나 동맹관계 구조조정은 북한의 위협이 실질적으로 해소되고 동북아와 한반도에 전략적 안정 분위기가 정착되어 한미동맹관계가 가장 우호적일 때에 가서 고려해도 늦지 않다.
한미동맹은 군사안보동맹 이상의 중요성을 지닌다.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 대통령도 상황이 안 좋으면 ‘재협상’할 수 있다고 말했지 않은가. 행여 작년 6자회담의 9ㆍ19공동선언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대화’를 위한 터전 닦기나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계기마련용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류재갑 경기대 교수ㆍ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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