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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지방 남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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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지방 남하

입력
2006.08.20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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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세상인들 “우린 뭘 먹고 살라고…”

“대형 할인점 지방진출을 막아라.”

유통업계의 괴물 대형할인점이 지방으로 눈을 돌리면서 해당 지역 영세상인들과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들의 진출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직접 타격이 예상되는 재래시장 상인 등은 집단민원을 제기하면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고, 지자체는 온갖 까다로운 조건과 규제를 내세워 진입을 막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뚫고 들어가려는 할인점들의 노력도 치밀하고 집요하다. 전국 곳곳으로 퍼져가는 할인점들의 실태, 현장의 절박한 모습을 살펴본다.

“영세상인 다 죽는다” 곳곳 상인들 반발

1999년전국에 119개이던 대형할인점은 현재 300개에 이른다. 요즘은 대도시 뿐만 아니라 웬만한 중소도시에도 대형할인점이 들어서 있다. 게다가 심야영업 등으로 영업시간을 늘리며 매출 올리기에 혈안이다. 이에 따라 할인점의 매출은 30% 이상 고성장을 거듭한 반면 1,650여개의 전국재래시장의 매출은 매년 10% 가까이 하락하고 있다.

대형할인점 1개는 재래시장 9개와 동일한 수준의 매출을 올리며, 시장상인 1,100명의 영업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조사자료도 있다. 할인점이 들어선 주변 상인들은 대부분 좌판노점으로 전락하고 있다. 대구 서문시장한가게 주인은 “젊은 사람들은 전부 할인점으로 몰려가고, 50대 이상 손님만 조금 있을 뿐”이라며“자고 일어나면 문을 닫는 점포가 생겨나지만 빈점포는 채워지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따라 전국 곳곳에서 기존 상인들은 할인점 진출을 저지하기 위해 실력행사를 하고 있다. 10월께 홈플러스와 이마트가 문을 여는 전북 익산에서는 상인들이 ‘생존권 사수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연일 시위를 하는가 하면, 전주에서는 재래시장활성화운동본부를 중심으로 롯데마트 입점을 막기 위해 탄원서를 제출하고 대형마트 불매운동 및 거리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자체 조례제정 등 제동 걸기

자치단체들은 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할인점을 향해 칼을 뽑아 들었다. 하지만 대형할인점 개설은 현행법상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이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막을 수 없다. 때문에 자치단체들은 조례와 건축심의, 교통영향평가 등을 까다롭게 적용해 간접 규제하는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 광주와 대전 전주 안양 구미 등에서 잇달아 제동이 걸리고 있다. 대형마트업계 1위인 이마트는 최근 안양2호점 개설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는 안양 평촌동 동일방직 공장터를 25년 간 1,000억원에 임차하기로 약정을 맺고 안양시에 지구단위계획 승인을 요청했으나 시는 지역상인들의 반발과 교통혼잡 분석 등을 이유로 보류했다. 이마트는 재래시장 화장실 설치, 지역상인 채용 등 타협책을 제시했으나 승인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올초 임차계약 약정기간이 종료됐다.

전북 전주시도 지난달 10일도시계획위원회까지 통과한 롯데마트 건축신청안을 반려했다. 전주시는 이미 이마트와 까르푸의 공략으로 인해 재래시장 붕괴와 도심공동화현상을 초래했다며 롯데마트 개설을 불허했다. 전주시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또는 건축허가를 강화, 대형 유통업체의 신축을 원천적으로 불허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발해 롯데마트측은 행정심판 등 법적 대응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광주 주월점도 광주시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홈플러스는 250억원을 들여 5,500여평의 부지를 매입했으나 인근 무등시장 상인들의 거센 반대와 부지 내 도시계획도로 매입 실패 등 난관에 부딪쳐 5월 교통영향평가신청을 자진철회했다. 광주시는 교통대란이 우려된다며 반대입장을 견지했고 할인점 부지내도시계획도로 170평을 매각하지 않았다.

대전시의 경우 염홍철전시장이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대형할인점의 입점을 전면 불허하겠다고 공식선언했다. 일부 업체가입점을 타진했으나 교통영향평가등을 통해 차단하겠다는 시의 완강한 입장을 확인하고는 모두 물러나야했다. 춘천시도 조례를 통해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충북 청주시와 대구 남구 등은 대형할인점의 적정선으로 알려진 인구 15만명 당 1개만 허가하는 업무지침을 만들기도 했다. 남구 관계자는“이 지침이 법적 효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행정소송을 당하면 질 가능성이 높지만 지역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유통업체와 자치단체의 소송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 업체측이 승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롯데마트는 창원점 개설을 위해 경남도의 교통영향평가를 통과한 후 창원시에 건축심의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하자 행정소송을 제기, 1심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창원시는 곧바로 항소했다.

정치권, 할인점 허가제로 변경추진

최근 정치권에서는 대형할인점을 규제하는 입법이 추진돼 주목을 끌고 있다.

열린우리당 이상민 의원은 3월 대형할인점의 개설을 현행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변경하고 해당지역 중소유통업자와 주민 등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를 거치도록 한 ‘대규모 점포 영업활동 조정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이의원은“대형할인점의 무차별적 시장 잠식으로 지역 영세상권이 연쇄적으로 붕괴하고 있다”며 “대형할인점의 출점, 영업시간, 영업품목 등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각 지역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대형할인점은 지역에서 벌어들인 돈을 본사가 있는 서울이나 외국으로 보내기 때문에 지역자금의 역외유출 현상도 야기한다” 며 “할인점들이 매출액 일부를 지역복지기금으로 출연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광주=김종구기자 sori@hk.co.kr전주=최수학기자 shchoi@hk.co.kr

■ 수도권 포화… 신설매장 70%가 지방

대형마트의 지방진출이 그치지 않고 있다. 재래시장을 잡아먹는 공룡이라는 비판과 반발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지방에서 몸집을 불리고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몸집을 키워온 대형마트는 백화점이 재래시장을 대신한 것처럼 새로운 유통업태의 강자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실제로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뉴코아아울렛(2001아울렛포함) 등 4개 회사가 올 상반기에 설립한 대형마트는 모두 18개. 하반기에는 38개의 점포가 추가로 문을 열 예정이어서 올 한해동안 56개의 점포가 생기는 셈이며 이중 70% 이상이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 문을 열게 된다.

2005년말 현재 전국의 대형마트는 299개. 이중 226개가 이른바 30개 이상의 점포를 거느린 대형업체들의 소유이다. 업계에서는 대형마트가 포화상태에 달하는 2008년까지 점포확장은 꾸준히 지속될 것으로 보고있다.

업체들이 지방에 점포를 열려고 하는것은 수도권은 이미 대형마트가 들어설 부지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 업계관계자는 “최근 새로 문을 여는 대형마트의 경우 점포 면적이 3,000평 이상 돼야 하지만, 수도권 땅값이 너무 올라 이를 충족시켜 줄 만한 부지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형마트 한 군데가 커버하는 인구는 15만~20만명 정도인데 수도권에서는 이미포화상태에 달한 곳도 많다”며 “대신 지방은 아직 대형마트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곳이 많아 경쟁의 여력이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업체간 경쟁이 치열한 것도 지방진출을 부추기고 있다. 신세계이마트를 중심으로, 롯데마트와이랜드의 뉴코아 아울렛(구킴스클럽) 등 토종파와 세계유통업계 1~3위를 달리는 월마트, 까르푸, 홈플러스등 해외파가 치열한 전쟁을 벌여왔다. 하지만 세계1위의 월마트가 이마트에 점포 16개를 인수했고, 2위인 까르푸는 이랜드에 32개 매장을 넘기고 철수하면서 본격적인 유통시장의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이제 업계 선두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면 누구든 시장에서 물러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대형마트의 지방진출이 지방경제에 악영향을 주는것 만은 아니라고 강변한다. 우선 대형마트는 점포당 채용인력의97%가 현지인력으로 채워지기 때문에 고용창출효과를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특히 지방에서 별다른 일자리가 없는 주부들에게 대형마트는 새로운 일자리의 공급원이라는 것이다.

지역기업이 대형마트 납품으로 성장하게되고, 소비경기가 살아나면서 지역내수시장이 활성화 되어경기가 부양되는 효과도 있다고 말한다. 물가가 안정되어 지방 경제의 성장기초가 될 뿐 아니라 지역고용 창출이 이루어지면서 서울 및 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도 막게 되고, 지방에는 판매되지 않았던 상품들이 속속들이 내려와 중앙에 대한 상대적인 소외감도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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