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3은 가라! 16대9가 온다.
디스플레이(화면)의 ‘와이드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가로ㆍ세로 비율로 4대3 대신 16대9를 채택한 디지털 화면이 TV에 이어 컴퓨터모니터, 휴대폰, 카메라, 내비게이션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젠 디지털 기기를 살 때, 화면너비가 영화관 스크린처럼 긴 지부터 확인해야 할 것 같다.
와이드 열풍의 발원지는 물론 TV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연간 250만대 정도인 국내 TV시장에서 4대3 비율의 브라운관 TV는 지난해 250만대에 달했지만 올해는 100만~150만대에 그칠 전망이다.
반면 주로 16대9 비율을 채택한 LCD TV와 PDP TV 판매는 폭발적으로 늘어, 최근엔 전체 TV매출 가운데 70~80%를 점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서치 통계를 보면 전세계 TV용 LCD 패널 출하량 가운데 16대9의 와이드 규격은 작년 2분기 362만대에서 올 2분기엔 1,065만대로 3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TV발(發) 와이드 돌풍은 현재 노트북컴퓨터와 PC모니터로 확산중이다. 노트북컴퓨터용 15.4인치 와이드(16대9) 패널 출하량은 지난해 2분기 336만대에서 올해 2분기엔 596만대로 1년새 77%나 증가했다. 지난해엔 거의 출하되지 않던 14.1인치 와이드 패널도 올 2분기엔 218만까지 늘어났다.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는 지난해 전체 노트북컴퓨터 가운데 35%에 불과했던 와이드 화면의 비율이 2010년에는 89%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휴대폰과 디지털카메라, 디지털캠코더, 내비게이션 등 모바일 기기도 ‘와이드화 추세’가 뚜렷하다. 스카이는 지난 6월 2.6인치 와이드 LCD를 탑재한 휴대폰 IM-U100를 선보였고 소니의 디지털 카메라(DCR-SR100)도 16대9 비율의 2.7인치 LCD를 달고 출시됐다. 티노스가 내 놓은 휴대용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인 ‘블루핀’과 카포인트의 내비게이션 ‘엑스로드’도 와이드 화면을 채택한 제품들이다.
이처럼 16대9 화면이 대세가 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시각적으로 편안함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람의 눈이 한 점을 주시했을 때 움직이지 않고 볼 수 있는 시야 범위는 좌우 200도 정도로 이를 가로ㆍ세로비율로 표시하면 1.54대1이 된다”며 “1.78대1로 환산할 수 있는 16대9의 화면이 1.33대1의 4대3화면보다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영화 게임 등 고화질(HD)의 멀티미디어 컨텐츠에 대한 선호도 와이드 돌풍의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와이드 패널은 일반 패널보다 화소수가 50~80% 정도 많아 선명도도 높다. 특히 내년 1월 MS사의 차세대 윈도우 버전인 ‘비스타’가 출시되면 와이드화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인데, 이 비스타는 우측 화면에 사이드 바를 배치하고 있어 와이드 화면을 채택해야만 모든 기능을 최적화해 즐길 수 있다.
와이드 흐름에 맞춰 업체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TV용 와이드 LCD 패널 생산비중을 96%까지 올린 데 이어 다양한 노트북컴퓨터용 와이드 LCD 패널 제품 라인을 구축하고, 고화질 컨텐츠를 위한 프리미엄 패널생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LG필립스LCD 역시 다목적용 5.5세대 라인신설을 통해 와이드 노트북과 고급 모니터 시장의 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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