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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말풍선 거울 '선생님도 까먹기 대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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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말풍선 거울 '선생님도 까먹기 대장이네'

입력
2006.08.1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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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미 글ㆍ최정인 그림 / 사계절 발행ㆍ7,500원

한결이는 선생님 책 펴기 당번이다. 걸레 빨기, 우유 나르기 등과는 차원이 다른, 모범생만 할 수 있는 당번. 그런 한결이가 준비물을 안 챙겨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모가 아기를 낳던 날, 엄마는 허둥지둥 집을 나서고 한결이는 손거울 살 돈을 받지 못한다. 급한 마음에 할아버지의 골동품을 뒤지다 발견한 낡은 손거울. 그런데 거울에 반사된 빛 그림자가 그 머리 위에 닿자 선생님의 속마음이 ‘말풍선’으로 변해 두둥실 떠오르는 게 아닌가.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고 한결이의 일상은 뒤죽박죽이 돼버린다.

책은 부모의 이혼으로 강박증을 갖게 된 아이가 우연한 사건을 겪으며 본래의 자신을 찾는 이야기다. “집안이 그러니 알아서 잘해야지”라는 선생님의 말에 꺽꺽 눈물을 삼키며 한결이는 결심한다. 아빠를 닮아 덜렁대고 실수한다는 소린 듣지 않겠다고. 책 펴기 당번은 그 노력의 결과다.

그러나 거울 소동으로 선생님의 신임을 잃고 난 뒤, 한결이는 오히려 속이 시원해진다. 상처를 감추기 위해 ‘한결같이’ 잘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다. 더구나 무슨 당번을 이렇게 많이 시키나 싶게 깐깐한 선생님도 알고 보니 까먹기 대장에 편식쟁이가 아니던가. 이제 한결이는 좀 더 씩씩해질 것 같다. 자신의 상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말이다.

선생님이 등을 보이는 순간, 온갖 장난이 벌어지는 교실 풍경이 떠올라 즐겁다. 그리고 교실 뒤에 꼼짝없이 서 있는 벌 이름이 ‘이순신 장군’이라니. 어릴 적 덜렁대기 대장이었다던 작가의 상상력도 만만치 않다.

박선영 기자 philo9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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