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법원이 17일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영장없는 도청’프로그램에 대해 처음으로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부시 행정부가 적지않은 타격을 받게 됐다.
연방 디트로이트 지법의 애너 딕스 테일러 판사는 이날 국가안보국(NSA)의 영장없는 도청은 헌법에 명시된 권력분립 뿐 아니라 언론자유와 사생활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테일러 판사는 판결문에서“원고 주장대로 공공의 이익이 침해된 것이 명백하며 이 경우 우리의 임무는 헌법을 보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부시 행정부는 그러나 즉각 이 판결에 불복, 항소함으로써 앞으로 이 문제를 둘러싼 법리 공방이 어떻게 전개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 법무부는 도청 프로그램에 대해 “테러와의 전쟁에서 정보기관들이 가져야 하는 필수적인 수단”이라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법무부는 성명에서 “알 카에다 등과의 계속되는 전쟁에서 대통령의 제1의 헌법 의무는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헌법은 대통령에게 그 엄숙한 의무를 다하는 데 필요한 전면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며 우리는 도청 프로그램이 적법하며 시민자유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도 성명에서 “판결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도청 프로그램이 시민의 자유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점검돼왔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언론인과 학자, 법률가 등을 대리해 “부시 행정부가 도청 프로그램으로 이들의 해외통화를 도청 대상에 올려 놓았고, 이는 업무방해에도 해당한다”며 소송을 냈다.
ACLU의 앤서니 로메로 사무총장은 “법원의 판결은 대통령 권력의 남용을 지적하고 우리의 민주주의에 필수적인 견제와 균형체제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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