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착각을 일으켜도 미덕"A.C.그레일링 지음ㆍ남경태 옮김 / 에코의서재 발행ㆍ1만2,000원
‘성찰하지 않은 삶은 살 가치가 없다.’
소크라테스의 이 명언은 견해와 원칙이 없는 삶은 우연에 맡겨질 수밖에 없으며, 결국 삶의 주체인 자신과는 무관하게 타인의 선택과 행위에 종속되고 말 것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영국 런던대 철학과 교수인 저자에게 ‘성찰하는 삶’이란 사유하는 삶이고,그 사유의 대상은 사랑, 용기, 슬픔, 죽음, 예술 등 평범하면서도 다양하다. 책은 이렇듯 평범하되 여전히 고민스러운 삶의 주제에 대해 저자인 그레일링이 영국 가디언지 기고했던 글들을 모은 것이다.
가령 가까운 사람이 갑자기 죽었을 때, 우리는 큰 슬픔에 빠질 것이다. 어쩌면 거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오랫동안 고통스러워 할 지 모른다. 그런 우리에게 그레일링은 말한다. “당신이 죽을 때 그들이 슬퍼하는 광경을 상상해보라. 당신은 그들이 얼마나 슬퍼하기를 바라는가.
아마 너무 많이, 너무 오래 슬퍼하지 않기를 바라지 않겠는가. 그들이 상실감을 극복하고…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 희망찬 삶을 지속하길 바랄 것이다.” 우리가 죽은 뒤 남은 사람이 너무 괴로워하지 않기를 바란다면, 먼저 간 사람 역시 우리에게 그러기를 바라지 않을까.
관용에 대해 저자는 그것이 여러 생활 양식이 발달하도록 자유를 허용함으로써 인류 공동체에 큰 이득이 된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생각과 사고에 두려움을 갖는 사람은 관용에 인색하고 그 같은 불관용은 다시 두려움을 낳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고.
희망에 대해 냉소주의자들은 “사실을 곡해하고 착각을 일으킨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그러나 “우리가 희망 없이 무엇을 만들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희망은 실현 여부를 떠나 하나의 미덕”이라고 강조한다.
각 항목마다 3, 4페이지의 짧은 언급에 그치지만, 독자들은 그것을 계기 삼아 사고를 이어가면서 더 깊고 넓게 자신과 세상을 사유할 수 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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