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미국 언론의 보도대로 북한은 핵실험을 준비 중일까. 그렇다면 북한은 핵실험을 강행할 수 있을까.
정부의 공식 입장은 일단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중한 판단’에 방점을 두고 있다. 한 당국자는 “북한 핵의혹 시설은 1980년대부터 감시해왔는데 일부는 사실로 드러났지만 일부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98년 평북 금창리처럼 미 정보당국이 핵시설로 지목했다가 결국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일도 있기 때문에 모든 정보를 단정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제기된 함북 길주 풍계리 지역을 핵실험장으로 볼 명확한 증거는 없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미사일의 경우 지상에 노출돼 발사대 주변만 감시해도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핵실험 시설은 인구밀도가 희박한 산악지역 전역이 감시대상일 정도로 범위가 넓고, 실험 역시 지하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움직임 포착이 상대적으로 힘들다는 이유다.
이번에 확인된 케이블 하역작업도 논란이 일기는 마찬가지. 지하 핵실험은 땅 속으로 1㎞ 정도 수직갱도를 파서 핵 폭발장치를 설치하고 콘크리트와 흙으로 메워 방사능 낙진을 막은 뒤, 갱도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서 핵실험을 관측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케이블은 지하 핵실험 모니터나 기폭장치 운영에 필요한 자재이기 때문에 핵실험이 실제로 준비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물론 케이블 자체만으로 핵실험 가능성을 단정하기에는 증거가 빈약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철기 동국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지난해 4, 5월 미국은 길주지역 지하시설 콘크리트 타설, 관람대 설치 등 케이블 하역보다 더 명확한 증거를 내세워 핵실험설을 제기했지만 결국 흐지부지됐다”며 “핵실험 강행으로 얻을 게 없는 북한이 최후의 카드를 선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북핵 전문가는 “북한은 지하에서 방사능을 유출하지 않으면서 5킬로톤 규모의 핵실험을 진행할 능력이 있기 때문에 현재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현재 40~50㎏의 플루토늄을 확보했고, 핵무기는 최대 20기까지 생산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80년대 이후 2000년대 초까지 핵무기 기폭장치용 고폭약 실험도 150여 차례나 실행한 상태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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