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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헌재소장 편법 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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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헌재소장 편법 지명

입력
2006.08.18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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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과 대법원장의 임기는 6년이다. 대법관은 연임할 수 있으나 대법원장은 중임할 수 없다. 헌법재판관도 임기 6년에 연임할 수 있다. 그러나 유독 헌법재판소장은 헌법에 임기나 중임제한 규정이 없다.

'헌재소장은 재판관 중에서 임명한다'는 헌법조항과 관련이 있다. 헌재를 대표하고 재판관 평의를 주재하지만 기본적으로 다른 재판관과 동일한 권한을 갖기 때문에, 사법부 수장으로 방대한 법원조직을 통솔하는 대법원장과 같은 별도 규정을 두지 않은 듯 하다.

■ 헌법을 들먹인 것은 대통령이 새 헌재소장을 지명한 절차가 논란이 돼서다. 2003년 대법원장 추천으로 재판관이 된 전효숙 지명자를 일단 사임하게 한 뒤 다시 재판관과 소장으로 지명, 재판관 임기 6년을 새로 시작하게 한 것은 편법이라는 지적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왔다.

헌법규정에 충실하자면 곧장 소장에 지명하는 것이 순리이고, 이 경우 임기는 원래 재판관 임기인 2009년 8월까지라는 얘기다. 바로 이 때문에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이가 정부 교체에 관계없이 2012년까지 소장 노릇을 하도록 편법을 썼다는 비판이다.

■ 대통령도 애초 남은 재판관 임기 3년만 소장을 맡게 하려다 생각을 바꿨다고 한다. 그 이유가 언뜻 듣기에 자못 대견하다. 그를 곧장 소장에 지명하면 이번에 비는 재판관 다섯 자리 가운데 대통령 추천 몫 두 자리를 온전히 챙길 수 있지만, 이걸 노려 '3년짜리 소장'을 만들었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초 대통령 몫 2명 중 1명은 검찰 출신, 1명은 40대 변호사를 발탁할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다. 그런데 전 재판관을 재 지명하는 바람에 재야 발탁 없이 대법원장 추천 몫만 1명 늘었고, 개혁 물갈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불평이 뒤따랐다.

■ 그러나 눈 밝은 이들에게는 오히려 절묘한 수순으로 비친다. 대법원장 몫으로 사시 동기 '8인 회' 멤버가 지명된 데다, 내년 3월 재판관 한 자리가 비면 재야 출신으로 채울 수 있다.

물갈이 충격을 완화하면서 챙길 건 다 챙기는 셈이니 역시 탁월하다 싶다. 문제는 헌법질서 수호를 상징하는 헌재소장 지명에 크든 작든 편법 시비를 남겨 헌재의 권위와 신뢰를 해친 것이다. 어떤 사유로든 사임한 재판관을 그 자리에서 다시 지명한 것은 위헌적이라는 헌법소송이라도 제기되면 그런 낭패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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