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법과 언론중재법 등 신문관계법 개정 논의가 점차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신문법 개정은 지난 6월 29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른 신문법 일부 조항의 위헌 및 헌법불합치 상태를 해소하는 것을 1차적 과제로 하고 있다. 부차적으로 신문법 시행과정에서 드러난 몇 가지 기술적 문제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
헌법재판소는 소송 및 소원 대상이 된 20여 개 신문법 조항 중 3개 조항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첫째,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기준을 시장점유율 기준으로 1개 사업자 30%, 3개 사업자 60%로 규정하고 있는 신문법 조항이 각기 50%와 75%로 정하고 있는 공정거래법과 달라 위헌이다.
둘째, 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게 신문발전기금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한 신문법 조항이 위헌이다. 셋째, 신문과 신문 사이의 겸영을 일괄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조항은 헌법불합치하다.
헌법재판소는 좀 더 큰 테두리에서는 신문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이나 신문발전기금의 지원, 그리고 복수매체의 겸영 금지 등 원칙에 대해서는 합헌이라고 보았다. 다만 법의 구체적 적용방법과 관련하여 일부 조항이 헌법의 기회균등원칙에 어긋난다고 하여 위헌 등으로 결정했다.
문화관광부는 지난 17일 신문법 개정 관련 토론회를 열었으며, 여기서 수렴된 의견을 참고하여 신문법 개정안을 만들 예정이다. 한나라당은 여러 차례 토론을 거쳐 기왕 개정하는 김에 문제가 된 일부 조항만 수정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신문법 제정으로 당론을 모아가고 있다.
일부 신문 등이 헌법소원이나 위헌소송을 제기했던 사항들 중 합헌이나 기각, 각하 결정되었던 내용까지 모두 포함하여 정치적으로 재론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별다른 준비 없이 신문법 개정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17일의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모두가 새로운 신문법의 제정 주장에 반대하고 일부 위헌 및 헌법불합치 조항의 개정에 머물러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개정의 폭이나 이론적·법리적 근거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새로운 신문법의 제정이나 대폭 개정의 주장도 부분적으로는 수긍할 만하다. 그러나 모든 일은 그 한계와 방법이 적정해야 한다. 일각에서 추진하는 새로운 법의 제정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긴 하지만 즉각 실현 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일을 이렇게 풀어갈 경우 신문법은 법적 문제가 아니라 소모적인 정치적 갈등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새로운 법을 제정한다면 그것은 신문만이 아니라 방송, 뉴미디어, 인터넷 등과 이들의 결합을 통해 만들어지는 다양한 매체들의 연관관계를 총괄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접근이 아니라 영국의 왕립신문위원회처럼 대통령 직속의 신문 또는 미디어 전체의 미래를 연구하는 위원회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
이 위원회는 장기간 토론을 거쳐 현재의 미디어환경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바람직한 미래의 미디어지도를 그려 내야 한다. 그리고 위원회가 설정한 원칙에 따라 전체 미디어에 일관성 있게 적용되는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여 신문법의 위헌 및 헌법불합치 결정조항을 정리하는 데 주력할 것을 제안한다. 좀 더 포괄적인 입법은 제2단계로 특별위원회를 설치하여 장기간 토론을 통해 추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류한호 광주대 언론홍보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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