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정부의 정책과 방침에 대해 잇달아 반기를 들면서 마찰음이 커지고 있다. 용산 미군기지 부지 용도를 싸고 건설교통부와 신경전을 벌인데 이어 정부합동감사도 받지 못하겠다고 선언, 국가기관끼리 힘겨루기 양상으로 번질 조짐이다.
서울시는 18일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다음달 14~27일 예정된 행정자치부 건설교통부 환경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청 등 5개 부처의 정부합동감사는 중복감사의 전형으로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시는 “행자부가 감사하겠다는 내용은 이미 지난해 4~5월 감사원으로부터 종합감사를 받은 부분”이라며 “더욱이 감사원이 내년부터 서울시 대해 매년 기관종합감사를 한다는 방침을 세운 상황에서 이번 정부합동감사는 행정낭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또 “지방자치법상 행자부의 지방자치단체 감사는 법규위반사항에 대한 것으로 제한된다”며 “그러나 행자부는 심지어 시의회 및 구의회 회의록까지 요구하는 등 법규 위반 사실 여부와 관계없는 시ㆍ구정 전반에 걸친 자료를 마구잡이식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이번 감사가 야당출신의 시장을 견제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올해 서울시를 대상으로 한 중앙정부감사 일정은 빡빡하다.
우선 감사원의 감사가 교통ㆍ도시개발분야(8~12월), 지방공기업 경영실태(9~10월), 국고보조금 관련 분야(11~12월) 등 이 달부터 연말까지 이어진다. 또 행자부의 정기 보안감사도 다음달 17일부터 23일 예정돼 있고, 국회 국정감사가 9월말부터 10월 중순까지 계속된다. 여기에 내부감사인 서울시의회의 행정사무감사와 내년도 예산심의가 11월14일부터 한 달 동안 잡혀있다.
이러한 서울시의 주장에 대해 행자부 입장은 단호하다. 정부의 교부금을 받는 지방자치단체가 정부합동감사를 받는 것은 당연하고 서울시의 경우 1997년 이후 한번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특히 “서울시가 연기를 요청하고 있지만 감사실시 1개월을 남겨두고 연기가 어렵다”며 “서울시에 대한 감사는 통상 13개 기관이 참여하는 다른 시ㆍ도의 정부합동감사와 달리 5개 기관이 참여하는 부분감사로 범위를 축소, 조정해 부담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계획했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감사철회 요청은 정부와 용산미군기지 용도문제를 싸고 건설교통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나와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8일 언론사 논설위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정부가 주한미군 이전부지 전체를 공원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달라진 게 없다”며 정부가 입법예고한 ‘용산 민족ㆍ역사공원 조성 특별법안’에 대해 비판했다. 오 시장은 22일 추병직 건교부 장관을 만나 용산 미군기지 이전부지의 전체 공원화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송파신도시 건설, 강북 개발, 자립형 사립고 신설 등을 싸고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사사건건 부딪힐 가능성이 많다”며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충돌할 경우 정책 혼선과 함께 행정력을 낭비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국 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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