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한미 FTA 강행 방침을 둘러싸고 이해집단 간 대립과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계간 ‘황해문화’가 한미 FTA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지는 ‘FTA와 대한민국’이라는 특집을 마련했다.
편집위원인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의 민주주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글에서 추진 절차의 ‘느닷없음’을 비판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참여정부의 FTA 체결 우선 대상국은 일본 싱가포르 멕시코 캐나다 인도 등이었고 미국과 중국은 점진 추진 대상이었으나, 올 초 대통령 신년 연설에서 한미FTA가 처음 언급되더니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1월 18일 신년연설을 작은 글자로 인쇄하면 열한 쪽에 이르는데 그 중 열째 쪽에서 세 문장을 찾을 수 있다.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서 미국과도 자유무역협정을 맺어야 합니다.…’ 그리고서는 2월 초에 한미 두 나라의 FTA 협상 공식 개시를 선언했고, 6월 초에 1차 협상이, 7월 초에 2차 협상이 계속되었다.”김 교수는 “임기 초반 일선 검사들과의 토론을 기점으로 국민과 권력, 권력과 언론, 권력과 권력의 토론을 통해 토론공화국을 실현해 갈 것임을 공언했던 대통령의 모습은 한미FTA 추진 과정과 작전통제권 환수, 평택 미군기지 확장 이전문제 등 그 어떤 사안에서도 발견할 수 없다”며 ‘우리의 민주주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반문한다.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도 ‘참여 없는 FTA, 이대로 가면 안 된다’라는 글에서 한미FTA 추진 절차의 무모함을 지적했다. 그는 “(노 대통령은) 현재의 FTA 정국을 놓고 개방과 쇄국의 갈림길에 섰던 구한말을 빗대지만 당시의 갑신정변 역시 민중의 참여 없이 소수 엘리트들만으로 시도됐기 때문에 실패했다”며 민중의 이해와 관심이 배제된 채 일방적으로 진행돼 온 방식을 비판했다.
또 “현 정부는 FTA 반대 목소리에 대해 ‘쇄국주의’니 ‘반미주의’라는 식으로 이념적 덧칠까지 시도하고 있다”며 “하지만 실제 반대의 목소리는 개방 자체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무원칙하고 무분별한 개방이 초래할 엄청난 결과를 우려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임준 가천대 의대 교수는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중요한 공공재인 의료를 산업적 측면에서만 바라보고 ‘의료산업화’를 강제한다고 비판했고, 박거용 상명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교육 개방의 실익과 문제점을 냉철하게 분석하지 않고 단순히 기대효과를 선전하는 데 급급한 정부의 개방 합리화 논리’를 꼬집었다.
지금종 문화연대 사무총장 역시 한미 FTA에 대한 찬ㆍ반 논리 모두 지나치게 산업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고, “문화적 영향, 즉 우리 삶의 방식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가 하는 측면은 도외시하고 있다”고 썼다.
반면 FTA 찬성론자인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미FTA의 제조업 및 농업에 대한 예상 영향’이라는 글에서 자동차 섬유 가전 등 제조업 분야의 경제적 이익을 예상하면서 농업 등 피해가 큰 분야에 대한 개방 최소화 및 피해보전 전략을 주문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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