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의 뉴딜 정책은 아마 실패할 것이다. 동력이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정권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며 불만이다. 노 대통령은 뉴딜 정책의 핵심인 경제인 사면을 8ㆍ15 사면에서 보란 듯이 배제했다.
당에서도 그는 견제를 받고 있다. 최대 계파인 정동영계는 뉴딜 정책을 자리를 이용한 김 의장의 대권행보로 보고 있다. 김 의장은 정부가 말을 듣지 않으면 국회 입법으로 뉴딜을 밀어붙이겠다는 생각인 듯 하지만, 당론 통일부터가 어렵다.
당 의장이 이름을 걸고 추진하는 정책을 이렇게 대접하는 청와대와 여당은 일찍이 없었다. 여권의 심리적 일체감은 이미 무너졌다.
노 대통령과 우리당 지도부의 6일 청와대 오찬 대화내용이 사흘에 걸쳐 새어 나왔다. 노 대통령이 "왜 언론을 통해 청와대를 비판하느냐"며 김 의장에게 면박을 주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하루 뒤 김 의장도 "민심이 정권을 떠났다"고 노 대통령에게 할 말을 다했다는 전언이 이어졌다.
그러자 뉴딜 정책에 강한 불만을 표시한 노 대통령 발언이 공개돼 이를 덮어버렸다. 대통령이든 의장이든 상관 없다. 상대를 궁지에 몰기 위해서라면 무슨 얘기든 흘린다.
콩가루 집안에다, 바닥인 대통령 및 당 지지도까지 생각한다면 "같이 못해먹겠다"는 사람이 나타날 만도 한데 그런 사람은 없다. 의원들은 대개 "내년 상황을 보자"고 말한다.
우리당이 깨지지 않는 유일한 이유는 이른 시일 내 선거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몇 달 후에 선거가 있었다면 의원들은 진작에 살 길을 찾아 흩어졌을 것이다. 내년 12월 대선까지 민심이 어떻게 춤 출지 모르기 때문에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선 당 쇄신은 고사하고, 기본적 정책기능조차 작동되기 어렵다.
그런데 요즘 우리당 의원들이 탐독하는 책이 있단다. 언어학자이자 작가인 조지 레이코프가 쓴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가 그것이다. 코끼리는 미 공화당의 상징이다.
'미국의 진보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진보주의자들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적 충고를 담고 있다.
'진실만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게 아니다', '도덕적 관점에서 말해야 한다', '유권자는 자신의 이익보다는 정체성과 가치관에 투표한다', '방어하지 말고 공격하라'는 식이다. 한 의원은 "이 보다 명쾌하게 선거의 본질과 진보의 전략을 정리한 책을 보지 못했다"고 평했다.
선거의 기술에 매달리는 여당 의원들을 보는 것은 유쾌하지 않다. 민심이반에 대한 반성과 쇄신이 전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쟁자의 발목을 잡으며 시간을 때우다 대선국면에서 구도 변경과 극적 이벤트로 승리해 그 동안의 허물을 일거에 없던 일로 해버리겠다는 속내가 읽힌다.
'오픈 프라이머리'를 검토하는 것도 제도의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앞뒤가 뒤바뀐 술수로 비친다. 노 대통령도 "큰 배(우리당)를 지키고 있으면 좋은 선장이 탈 수도 있다"고 말했고, "지금은 내 지지율이 20%이지만 언젠간 뜬다"고 했다. 무엇을 잘못했으니 바꾸겠다는 말이 없는 걸 보면 자신의 승부사 기질에 역전의 희망을 걸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은 뻔뻔스럽게도 드라마를 꿈꾼다. 하지만 어쩌랴. 그들은 그렇게 집권했고, 선거 판의 대중도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유성식 정치부장직대 ssyo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