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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괴물' 흥행 뒤편의 짙고 깊은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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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괴물' 흥행 뒤편의 짙고 깊은 그늘

입력
2006.08.17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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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 한국 영화의 기록들을 바꿔 가고 있다. 이 영화는 16일 최단기간 기록을 자랑하며 개봉 21일 만에 전국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이 달 말이면 6개월 전 '왕의 남자'가 세운 관객기록(1,230만명)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영화계에서 꿈의 숫자로 불리는 관객 1,000만 명을 넘어선 한국 영화는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등 네 편이 될 전망이다. 한국 영화의 잠재능력과 가능성을 확인해 주는 쾌거임에 틀림없다.

칸 국제영화제에서부터 호평을 받기 시작한 '괴물'은 국내 언론의 격찬 속에 흥행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브라질 대만 등 10여개 국에도 수출된다. 국내 개봉 전 일찌감치 총 700만 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렸고, 여러 국제영화제에도 앞 다퉈 초대 받고 있다.

'괴물'은 공상과학 영화의 기술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장르적 흥분과 유머를 적절히 배합한 오락 영화다. 환경문제의 심각성에 주의를 환기시키는 데서 출발한 이 영화는 만연한 관료주의적 타성과 사회적 이기심에 냉소를 던지고 있다.

결국 한국의 뿌리 깊은 가족 사랑에 해결책을 의지함으로써 관객의 폭 넓은 공감을 얻어내고 있다. 네 편의 1,000만 관객 돌파 영화를 돌이켜 볼 때, 한국 영화의 장르적 팽창과 성취도가 괄목할 만하다.

그러나 이 영화들이 드리운 그늘도 크다. 블록버스터에 대한 '쏠림' 현상이 우려할 만하다. '괴물'의 봉준호 감독도 자인했듯이 작은 영화를 위해 마이너 영화 쿼터제를 실시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영화 당 300개 스크린을 넘지 못하게 하거나, 복합상영관의 3개 관 이상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영화가 발전하려면 서두르지 말고 큰 영화와 작은 영화, 오락영화와 예술영화가 공존케 해야 한다. 인기 영화에 지나치게 영합하는 저널리즘도 개선돼야 하지만, 일반관객 역시 명품을 쇼핑하고 소유하듯이 소문난 영화를 찾기보다 좋은 영화를 음미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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