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구조적 저성장 국면에 갇혔다는 실증적 분석과 함께'조로(早老)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소득 2만달러대 진입을 향해 한창 왕성해야 할 성장동력이 힘을 잃으면서'경제 혈압'이 120~80의 청ㆍ장년 형에서 80~30의 노인형으로 바뀌었다는 비유도 나온다.
특히 한국경제가 과거와 달리 수출을 해도 설비투자로 연결되지 않고 소비가 증가해도 투자 및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는'잃어버린 고리(missing link)'상황에 처했다는 지적은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엊그제 나온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대 연 8% 내외였던 성장률은 2000년 이후 4.5%로 급락했고 그나마 참여정부에선 3% 후반까지 후퇴했다.
현안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놓고 시장 대 정부, 성장 대 분배, 영미형 시장경제 대 유럽형 연대(連帶)경제 등의 시각이 대립하면서 뜬구름 잡는 담론만 난무해 경제주체들이 우왕좌왕한 까닭이란다. 그 결과 소비-투자-수출의 선순환 구조가 깨지고 저출산ㆍ고령화까지 겹쳐 생동감을 찾기 힘든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이런 구조는 날로 나빠지는 실물지표의 시계열(時系列) 추이나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주요 산업의 경쟁력 약화속도에서 뚜렷이 확인된다. 수출입 품목의 상대적 단가를 뜻하는 교역조건이 올 2분기에 마침내 사상 최저치인 75.2(2000년=100)로 떨어졌다는 한국은행 발표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수출물량을 밀어내는 방법으로 경제규모를 키운다 해도 소득은 늘지 않는 만성적 정체구조가 굳어지고 소득 양극화와 중산층 몰락이 확대 재생산된다.
그런데도 정부는 기업과 가계의 과도한 심리위축을 탓하며 언론이 비관론을 부추긴다고 화살을 돌린다. 경제부총리는 중구난방인 정부부처를 방치한 채 내달 말 기업환경개선 종합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할 뿐이다. 대책 하나로 일거에 문제가 풀릴 상황이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다. 겉 때깔이 좋다고 강변할 게 아니라 '애 늙은이'처럼 곪아가는 속을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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