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러시아가 영토분쟁을 빚고 있는 북방4개섬(러시아명 쿠릴열도) 근해에서 16일 조업 중이던 일본 어선이 러시아 국경경비대의 총격을 받고 어민 1명이 사망했다. 일본 정부는 즉각 항의했지만 러시아측이 “영해 침범”이라고 반박하는 등 사건이 영토를 둘러싼 외교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일본 해상보안본부에 따르면 16일 오전 4시께 홋카이도(北海道) 가이가라지마(貝穀)섬 부근 해역에서 조업하던 일본 오징어잡이 어선 1척이 러시아 국경경비대의 총격을 받은 뒤 나포됐다.
이 과정에서 배에 타고 있던 어민 4명 중 1명이 사망했다. 일본 어선과 어민은 조사를 받기 위해 북방4개섬 중 하나인 구나시리(國後)섬으로 연행됐다.
유지노사할린스크에 있는 일본 총영사관은 일본 어선이 러시아 경비대의 정지 명령을 무시하고 도주하다 총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러시아측은 신호탄을 반복해서 쏘았는데도 정지하지 않자 고무보트를 내려서 추격, 선박의 앞뒤를 향해 자동소총을 발포했다.
북방4개섬 해역에서 총격사건이 발생한 것은 1950년 이후 2000년까지 모두 40차례로 사망자가 나온 것은 1956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일본 외무성은 이날 즉시 가르진 주일 러시아 임시대리대사를 소환, 엄중 항의하고 러시아 경비대의 총격 등에 관한 경위를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가르진 임시대리대사는 “사건의 원인은 일본 선박에 의한 러시아 영해 침범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일본 영해에서 총격이 일어났다는 일본측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이 해역에 침범이 일어나지 않도록 일본측에 반복해서 요청했는데도 다시 침범이 발생해 유감”이라면서 ”승무원 4명중 1명이 사망했다는 정보가 있어 정확한 확인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외무성 장관은 가르진 대리대사를 재차 외무성으로 불러 “일본 고유의 영토 내에서 사건이 발생해 일본인 생명을 잃었다”며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아소 장관은 또 신속한 진상조사와 관계자 처벌을 요구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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