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로 밤잠을 설치는 요즘, 강추위와 빙하에서 새 세상을 경험하는 청소년들이 있다. 한국과학문화재단과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가 주최하는 ‘2006 북극체험단’에 참가중인 6명의 중·고생들이다. 공모를 통해 선발된 이들은 14일 북극에 첫발을 딛고 일생에 단 한번일 지도는 모를 ‘한여름 밤의 야영’에 들어갔다. 현지에서 보내온 학생들의 북극 체험을 재구성한다.
“북극 맞아? 눈이 없네…. 아무리 여름이라지만 눈이 너무 없는 거 아냐?”
14일(이하 현지시간) 노르웨이 롱이어비엔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북극은 초록빛이었다. 12일 인천을 출발, 프랑크푸르트, 오슬로, 롱이어비엔을 거쳐 4번째 비행 끝에 드디어 도착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설원은 없다. 극지연구소 강성호 연구원은 “갈수록 기온이 올라 북극의 빙하가 너무 녹아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해준다.
여름이기도 하지만 최근 북극의 온도가 상승하고 있어 이끼와 작은 풀들이 많다. 하지만 “절대 이끼를 밟지 말라”는 주의가 이어진다. 이 정도 자라려면 50년이 걸린다는 설명이다. 낮에는 10도 정도까지 오르지만 그래도 강풍 때문에 체감온도는 영하를 밑돈다.
체험단은 먼저 스발바드군도 니알슨의 다산기지를 방문했다. 북극에는 모두 8개국이 기지를 세워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 해양연구소의 다산기지도 포함된다. 다산기지는 전기와 온수 등 완벽한 시설을 갖췄고, 주변에는 관광객을 위한 호텔까지 있다.
그러나 체험단의 숙소는 이곳에서 15분 떨어진 야영지다. 거센 바람 속에서 텐트를 치고 숙박을 시작했다. 화장실은 10m 높이의 다리 위에 있는데, 김민정(남산고 1년)군은 “바람이 변기 안으로 역류해 올라오는 장면은 충격”이라고 말했다. 텐트 속 기온은 10~15도다. 침낭 속은 생각보다 따뜻한 데다 피곤에 지쳐 체험단 학생들은 여우의 울음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곯아떨어졌다.
체험단은 15일 본격적인 북극 탐험에 나섰다. 얼음이 녹아 흐르는 개울을 맨발로 건널 때는 정말 ‘살을 에는’ 듯했지만 2시간을 걸은 끝에 빙하 위에서 북극을 내려다볼 때는 모두가 추위를 잊었다. 체험단은 원통형의 구멍뚫는 기계(아이스 코어러)를 이용, 빙하를 시추했다. 빙빙 돌려 1m 깊이의 원통형 얼음을 통째로 꺼냈다.
맑고 투명한 1m 아래쪽의 얼음조각은 수백년전에 만들어진 것이어서 얼음 속에 들어있는 당시의 대기와 미생물을 분석할 수 있다. 윤채란(대구혜화여고 2년)양은 “시추 끝에 빼낸 얼음을 보면서 내 눈 앞에 지구의 역사가 있다고 생각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체험단은 앞서 14일 기지를 오가던 중 16년간 북극의 조류를 연구해온 네덜란드의 아르텐 루넨 박사를 만났다. 그는 “기지 주변의 거위가 지난해 1만마리까지 늘었다가 올해 6,000마리로 줄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크게 놀랐지만 정작 루넨 박사는 태연했다. 그는 “거위가 너무 늘어 먹이인 이끼가 줄어들었고 반대로 여우 식구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며 “풀-거위-여우의 순환에 따라 생태가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조민수(만덕고 2년)군은 “거위의 변을 순록이 먹는데 이끼가 많은 영양 만점의 변만 골라먹는다는 말이 가장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춥고 피곤하지만 체험단은 해가 지지 않는 북극을 24시간 내내 잠들지 않고 지켜보고 싶은 심정이다. 조군은 “북극에 우리나라의 과학기지가 있다는 게 정말 자랑스럽다”며 “나도 저렇게 열심히 일하는 연구원처럼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16일 보트로 북극탐사를 마치고 17일 기지를 출발, 20일 귀국한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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